히쇼의 새 –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엘릭시르 |
오랜만의 십이국기 신작, ‘히쇼의 새’입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단편집이에요. 아무래도 장편 스토리는 이제 기대하기 힘든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슬슬. 그래도 십이국기의 세계가 계속되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궁금증은 계속되는 가운데 이 세계의 모습을 살짝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게 이 단편들 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히쇼의 새, 낙조의 옥, 청조의 란, 풍신의 네 가지 이야기. 히쇼의 새는 경국에 새 왕이 등극하면서 취임행사를 기획하는 하관의 마음과 그 마음을 담은 행사 끝에 요코가 모습을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일이지만 그 안에 마음을 담은 새 장식을 날려보내고, 그 날려보낸 새에 대해 마음을 알아주는 왕의 이야기를 듣는 히쇼는 얼마나 기뻤을지요. 세상은 넓기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참 어렵지만, 그만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 기뻐집니다.
낙조의 옥은 점차 기울어지는 류국 이야기. 점차 모든 것이 귀찮아져 잘 되어 있는 시스템에도 간섭하기 싫어지고, 본인이 책임을 지기 싫어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광경. 그리고 그런 모든 상황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자와 모든 것을 파탄내고 싶어하는 극단주의자들. 이런 낙조의 모습을 담담히 묘사합니다. 마음이 아파요.
청조의 란은 아마도 안국의 왕이 등극하기 전의 이야기인듯. 높은 분들의 정치와 별개로 자연을 살피는 하관들이 자연과 사람들의 삶을 염려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아무 욕심 없이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결과를 볼 수는 없더라도 최선을 다했고, 나 외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문제가 바로잡히는 경험. 이 하나의 이야기에서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풍신 역시 같은 맥락에서 펼쳐지는 경국의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정치로 가족과 마을을 잃었지만, 다른 마을에서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일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게 있기에 절망 속에서도 사람들은 꾸준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간만에 읽어볼 수 있었던 십이국기, 언제나 반가운 소설입니다. 그때그때의 재미는 달라질 수 있어도 읽고 나서 항상 생각해볼 거리, 되새겨볼 거리를 주는 작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