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에 갔다가 무료 전시가 있는걸 알게 되어 보게 된 한국 현대미술 작품전입니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의외로 괜찮은 구성이라 만족스러웠네요. 특이한 점이라면 영화배우 김희선 씨가 작가님들을 만나 섭외하여 소개하는 컨셉이라 상당히 의외였어요. 그럼에도 작가들 면면이 상당히 흥미로왔네요.
점/선의 화가 이우환 님이야 익히 알고 있었고, 사실 박서보 님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화가인 터라 전시를 보자고 마음먹은 면도 있어요. 작가의 약력과 대표작 등이 글과 화면으로 제시되고, 점화 / 선화 / 그리고 컴포지션 등을 차례로 봤는데 기존 지식이 없더라도 잘 파악할 수 있는 구성이었어요. 이우환 님이 문을 여는 첫 작가였다면 박서보 님은 문을 닫는 마지막 화가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단색화가 대표적으로, 한지를 겹쳐 같은 자리를 계속 붓질해 요철을 표현하는 묘법을 창시했다고 하며, 깊이감 있는 색색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어요. 박석원 님은 조각가로 서로 다른 물성을 반복해서 패턴화하는 탑 같은 작품과, 한지를 규칙적으로 배열해서 붙여 만든 작업이 인상적이었고, 김강용 님은 벽돌화가로 모래를 캔버스에 바르고 그 위에 유화로 그림자를 표현해 작업한 색색의 벽돌 그림들이 멋졌어요.
강형구 님은 가장 특이한 케이스로, 미대를 졸업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늦깎이로 데뷰한 극사실주의 인물화가로 적색이나 흑색 바탕의 모노톤을 기조로 200호 이상의 초대형 초상화가였어요. 오드리 헵번이나 마릴린 먼로 같은 유명한 인물들과 본인의 자화상 등을 알루미늄판에 유화로 작업해서 머리카락이나 수염이 반짝거리는 듯한 표현이 멋졌습니다. 직접 나와서 본인의 작업관을 설명해주시기도 했네요. 이이남 님은 미디어 아티스트로 모니터가 때로는 병풍으로, 때로는 유리창으로 느껴지도록 하면서 고전 동양화의 대잎이나 동물, 곤충들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혹은 촛불이 창 너머로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잘 표현해낸 것이 기억에 남아요.
뜻밖의 관람이었지만 꽤나 풍성한 기획이라 좋았습니다. 동네에서 백화점에 갔는데 이런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니 참 부럽기도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