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다고 지인이 강력 추천하길래 집어들어 이틀동안 아홉 편을 몰아봤습니다. 롤을 안하는터라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미리 알고 보지 못했지만, 추천글을 찾아보니 원작 게임을 모르면 오히려 더 몰입해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보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상당히 흥미롭게 보고 게임 내 설정까지 추가로 찾아보기도 했네요.
디스토피아적인 면모의 미래라고 생각되는데, 깨끗하고 발전적인 기술만 받아들이면서 통제하는 윗동네(필트오버)와 하층민이 다양한 실험과 야성으로 생활하는 아랫동네(자운)로 나누어져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필트오버와 자운 사이에는 격렬한 충돌이 있었고, 양측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전쟁은 어느쪽에도 피해밖에 남는게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면적인 합의 하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전사 밴더는 폐허 가운데서 살아남은 자매(바이, 파우더)를 받아들여 키우고 있으나, 두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필트오버에서 신 에너지원(마법공학)을 연구하는 제이스의 연구실을 터는 사고를 치게 됩니다. 필트오버의 집행관에게 쫓기는 바이와 친구들은 생명체를 광폭화하는 물질을 보급해 자운을 지배하려는 실코의 음모에 말려들고 이 가운데서 밴더는 목숨을 잃고 바이는 필트오버에 잡혀가며 파우더는 실코의 손에서 키워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필트오버와 자운의 갈등은 다시 심해지고, 필트오버의 과학을 과학의 영역으로만 제한하고자 하는 하이머딩거 교수, 마법을 과학의 영역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제이스, 과학을 통해 지하세계의 자치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빅토르, 유력 가문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옳은 뜻을 지키고자 하는 케이틀린 등이 주요 인물로 소개되지요. 케이틀린이 감옥에서 꺼내준 바이가 이제는 필트오버의 힘으로 무장하고, 실코에게 키워지며 정신적인 상처를 안고있는 파우더가 징크스란 이름으로 바이와 갈등을 쌓아나갑니다.
이런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길 바랬으나… 애매한 상황에서 9편이 끝나고 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뭔가 타다 만 느낌이네요. 개인적인 느낌이라면.. 스토리라인이 몰입도는 있지만, 여러 SF에서 많이 쓰여진 설정이라 새롭다고는 하기 힘들고, 아트웍은 뛰어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실험적으로 쓰이던 기법을 많이 도입해서 ‘이런건 처음이야’ 같은 임팩트는 좀 부족했네요 (마도카에서 본 낙서같은 그림의 오버랩이 징크스의 낙서에서 많이 표현되더군요). 물론 돈을 많이 들인만큼 작화 퀄리티는 훌륭합니다. 바이와 징크스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
걸작이 될지 어떨지는 지금까지 펼쳐진 스토리가 어떻게 회수될지에 달린 것 같습니다. 시즌 2에서 어디까지 세계관을 확장해나갈지, 중간중간 어떻게 주요 떡밥을 회수할지, 그리고 어떻게 두 자매의 갈등을 이어나갈지 등이 평가를 좌우할 것 같네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요. 궁금하니 빨리 시즌2가 공개되었으면 합니다. 아마도 내년 정도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