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문학동네 |
나름 대히트(?)를 치고 있는 소설입니다. 분명 취향과 맞는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구매하기는 아깝다면서 주말마다 교보에서 열심히 읽어 독파한 부인님과 정서를 공유하고도 싶고, 영화를 보기 위한 배경 지식을 얻고도 싶고, 여러 블로그 및 언론에서 언급하는 칙릿이란 어떤건가도 이해하고 싶어서라는 거창한 이유를 달고, (결국은 동생이 구입해서 본가에 놓여있길래) 빌려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상당히 가벼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연구소와도 다르고, 학계와도 다르고, 제조업계와도 다른, 또 나름 언론계와도 차별화되는 패션업계 – 특히 패션 잡지를 다루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죠. 물론 우리나라의 패션잡지업계와도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의 모든 패션업계에서 모니터링하는 보그같은 잡지의 에디터라면 이럴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물론 인간성이야 그렇다 치지만, 한 권의 잡지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편집과 퇴고가 필요한가는 지인이 만들고 있는 사진잡지를 봐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밑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란 어시스턴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앞으로의 탄탄대로를 위해 모든 사생활을 희생해야 할까요, 아니면 인간적인 삶을 위해 일을 버려야 할까요. 참 비인간적인 선택의 기로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옛 우리나라의 물긷고 쓸고닦고 10년 해야 기술을 가르쳐주던 도제 체제를 생각해 본다면 또 어떨까요. 그리고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그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게 된 후에는 직업 세계를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질까요.
분명, 무언가를 얻어가는 대신 희생해야 하는 점들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두 놓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이것만을 해야 해. 절대 이걸 놓칠 수는 없어’ 라면 모르지만, 이쪽을 조금씩 배워가며 나름대로의 인간관계도, 인간적인 삶도 만들어가는 생활. 그게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죠. 그것도 나쁘진 않아요. 오히려 행복의 가능성은 더 높지 않을까요? 함 생각해 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