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빛 1 – 메리 도리아 러셀 지음, 형선호 옮김/황금가지 |
전체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인데, 첫 권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장 한장을 넘겨갔고, 두 번째 권은 걱정되고 아픈 마음을 달래며 한장 한장을 넘겼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묘한 설레임과 가슴아픈 관계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아름답게 결합된 소설이에요. 딱딱하고 건조할 것만 같은 SF란 장르에서 이렇게 여리고 감성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게 놀라왔습니다.
2019년, 아르시보 천문대에서 산도즈 신부와 그의 몇 친구들이 우연히 외계의 노래를 수신합니다. 예수회에서는 산도즈를 중심으로 한 몇 명의 사람들을 그곳 – 라캣 – 으로 파견하게 되죠. 긴 항해 끝에 새로운 인류와 접촉하는데 성공한 그들은 모든 것이 신의 은혜라 감사하지만, 40년 후 산도즈는 모두를 – 동료, 삶의 의미, 신앙까지 잃고 몸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귀환합니다.
외계의 노래를 발견하고,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고, 그들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들을 만나게 되기까지 산도즈의 발걸음이 가는 곳마다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됩니다. 신도즈의 스승격인 야브로는 ‘거북이가 담장 위에 올라가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올려놓은 것’ 이라는 말로 그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 이야기하죠. 하지만 그 후 신도즈가 귀환하기까지 그의 주위는 죽음, 배신, 절망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과연 신의 뜻이란 어떤 것일까요.
– 2권, p.368, 아이스퀼로스 中
삶은 굴곡으로 가득합니다. 그것을 저자인 메리 도리아 러셀은 SF란 매개체를 통해서 극적으로 말해주었다고 생각되는군요. 모든 것을 그대로 수긍하기에는 신이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되지만, 하나님은 그가 감당할 만한 시험만 주신다고 하니까요. 그녀가 마무리로 제시한 이 한 구절,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