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모르는 산골마을에서 마주친 군인들의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
워낙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라며 보게 된 영화입니다. 강혜정씨가 나온다는 것, 남북한 군인들이 마을에서 마주친다는 설정만 알고 보게 되었지요. 영화를 볼때는 최대한 적은 정보만 가지고 보는게 더 재미있더라구요 🙂 영화는 전체적으로 꽤나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입니다. 무리없는 이야기의 흐름,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화면, 그 경계를 은근하게 감아도는 음악, 그 가운데 감초처럼 끼어드는 웃음,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특징이랄 수 있는 환타지까지 말이에요. 어느 하나 공들이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랄까요. 이렇게까지 ‘완성도’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는 처음이라고까지 생각했네요.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등등 연기자들도 배역에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강혜정씨는 영화의 각종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톡톡히 한 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정재영씨도 멋졌어요. 하지만 신하균씨는.. 이상하게 조금 비중이 작은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역할 자체는 어울렸지만, 이야기에서 별로 주목받지는 못했다고 할까요? 예전 출연작(지구를 지켜라)에서의 극을 이끌어가는 커다란 역할과 비교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소위의 고뇌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것 같아 약간 아쉽더군요.
전체적으로는 ‘인간적인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동막골에 모여든 군인들은 모두 부적응자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쟁이라는 현실을 피해, 사람이 사람됨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피해 환상의 세계로 도피했다고나 할까요. 무기와 피와 고통을 잊어버리고, 아늑하고 즐겁고 여일이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는 마을 동막골. 그곳에서 모두가 묻혀살고 싶었던 것이겠지요.예전까지는 승리가 그들 모두의 최고가치였지만, 이제 그들은 그러한 가치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았기에, 예전의 가치와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 싸움의 대상은 예전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지만 그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요. (명령에만 충실하다가 가치역전으로 추락사한 군인분들에게 묵념 -_-). 웃으며 마지막을 맞이하는 그들. 생명을 던져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 어떻게 보면 환상이지만, 그렇기에 우리들이 그 모습을 보며 웃음지을 수 있는거죠.
550만을 넘는 관객 수는 약간 의외. 하지만 잘 만든 영화라는 점은 분명해요. 그래도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박광현 감독님의 다음 영화는 시선이나 궁금증을 붙들어줄 만한 요소를 하나쯤 넣어주시면 어떨까 하는 바램이네요 🙂
덧, 임하룡씨 연기가 너무 좋아서 놀랐어요. 영화속에 어느새 동화되어 도저히 코미디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마을사람들도, 스미스&꼬마도 귀여웠고.. 정말 모두모두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