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문학동네 |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혹은 로맹 가리)의 소설입니다. 로맹 가리에 대해서는 카를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에서 들어보긴 했지만 실제 그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한 작가에게는 일생에 한번만 수상 가능하다는 콩쿠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사람이랍니다.
자기앞의 생은 모모라는 이름의 한 고아 소년과 자신을 키워주는 로자 아줌마와의 진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프랑스 소설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나 독특한 소재보다는 인물 심리의 묘사에 중점을 두어 저릿저릿한 감정을 느끼게 하죠. 처음에는 사고뭉치라 계속 말썽을 부리는 모모와 모모를 뒤치닥거리하며 투덜대는 로자 아줌마의 구도에서 나중에는 나이들고 병이 깊어져가는 로자 아줌마와 그녀를 보살피는 모모의 구도로 옮겨져가는 큰 흐름 속에서 모모의 생각과 행동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란 모모의 질문.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확실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고, 그 이유는 사랑이며, 그러기에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볼 따름입니다.
슬픔과 잔잔함이 남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