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로 TV에서 최근 개봉작인 적벽대전2를 한다기에 늦은밤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전편에서 진짜 적벽전투를 앞두고 매정하게 끊어버리더니 후편에서도 전투를 막판까지 아끼는건 여전하더군요. 그럼에도 제갈량이 10만개의 화살을 마련하는 장면이 바로 나와 재밌게 볼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클라이막스인 적벽전투는 의외로 방통의 등장 없이, 황개의 고육책도 없이 바로 시작됩니다. 제갈량의 동남풍도 원작에 비해 그리 극적인 반전 없이 ‘원래 그런거다’ 싶은 채로 넘어가구요. 하지만 전투장면만은 규모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불을 잔뜩 붙인 나무더미를 그대로 갖다 적선에 부딪쳐 바로 불을 질러버리면서 적벽을 가득 메운 불꽃, 자기편마저 속이고 막판에 등장하는 유비의 기마군, 조조군의 결사적인 저항 등 볼거리는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런것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황당함이 있었으니.. 그 하나는 뜬금없이 조조군에게 가버리는 소교이고 (하지만 이건 시간을 벌겠다는 이유라도 있습니다만), 다른 하나는.. 한낱 단순무식한 적군 남정네에게 뿅가버리는 손상향이라닛! 아, 이건 정말 에러였습니다. 캐스팅 자체도 영 아니었지만 이런 설정은 정말.. 순정파라고 해도 그렇고 전투중에 딴짓하는 것도 그렇고 최악의 설정이었습니다. 여기에다가 마지막에 조조는, 조조는! 소교만 돌려받으면 되는거냐! 이때까지 죽어간 병사들은? 장수들은? 감흥패는? -_-;;;
…역시 오우삼감독은 그냥 액션물이나 찍어주세요. 원작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잖습니까…
결론은, 떡밥은 잔뜩 던져넣고 떡밥만 다시 건져낸 느낌입니다. 고생한 스텝들과 엑스트라들, 연기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네요. 양조위씨, 금성무씨,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