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난감 기업의 조건 – 릭 채프먼 지음, 이해영.박재호 옮김/에이콘출판 |
80년대 후반 처음 삼보 트라이젬이란 이름의 IBM계열 PC를 처음 접했습니다. 친구들은 다 MSX라는 준 게임머신을 가지고 놀았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MSX에서 돌아가는 베이식이라는 언어를 배웠더랬죠. 하지만 IBM이란 녀석은 좀 달라서, 디스켓을 넣어야 베이식을 구동할 수 있었고, 화려한 그래픽이나 뿅뿅거리는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걸 가지고 뭘 하나 싶었지만, 함꼐 온 로터스, 디베이스, 보석글 등을 가지고 뭘 할수 있나 하나씩 살펴보게 되었네요. 그러다 가까운데 있던 YMCA 교육센터에서 이런 프로그램들 교육이 생겼다는걸 보고 등록을 했습니다. 의외로 또래가 좀 있어서 신기하게도 MS-DOS, GW-BASIC, 로터스, 디베이스를 가지고 이런저런 기능을 사용해보고 만들어보는 클래스가 되었어요. 전혀 사용할 일이 없는 프로그램들이었지만, 이 S/W들이 이런 용도로 쓰이는구나 하면서 열심히 돌려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486DX급 PC를 새로 장만했습니다. 이 때는 DOS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훨씬 다양해졌어요. 아래한글, 이야기(PC통신), PCtools, 압축프로그램들, 그리고 Windows 3.1 등과 함께 컴퓨터에서 터보C를 이용해 프로그램도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OS/2라는 멋진 OS에 대한 소문도 들었고, SCSI나 VESA라는 새로운 하드웨어도 사용해보았죠. 여기에 Windows에서 WWW라는 새로운 통신의 세계도 경험하게 되었죠. 장황하게 개인사를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는 별 생각없이 겪어온 이런 시대에 대한 흑역사가 펼쳐집니다. IBM PC란게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 PC가 어떻게 IBM을 흔들었는가, 한 시대를 풍미한 로터스와 디베이스는 어디가고 MS Office로 천하통일되었나, 기대를 불러일으킨 OS/2는 어디로 갔는가, WWW의 세계를 열어준 넷스케이프는 왜 사라졌는가, 터보C를 제공한 볼랜드는 어디서 뭘 하고 있나 등등 그러려니 했는데, 저자는 각각의 회사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을 이야기해주면서 이러한 의문을 풀어줍니다. IBM의 성공적인 PC 개발과 이어진 후속제품 개발/OS 개발에서의 어리석은 결정, IBM을 믿고 따르다가 Windows 환경 대응에 실패한 로터스, 디베이스, 워드퍼펙트 등의 S/W 개발사들, 멋모르고 덩치를 키우다가 잘 벌어놓은걸 까먹은 볼랜드, 잘나간다고 잘난척하다가 한방에 훅 간 넷스케이프 등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점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네요. 정말 DOS 시절에 PC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절절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너무너무너무x100 재밌게 봤습니다. 잘난 기업보다 잘못한 기업의 잘못을 되짚어보는게 정말 절실하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네요~ |
음.. 빌려줘… 근데 읽을 시간이 없…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