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두컴컴하면서 미지근한 물 속으로 스르르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특히나 어제처럼 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이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진다. 오묘한 어울림이다.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의 세 단편이 실려있다. 키친과 만월은 이어지는 이야기, 달빛 그림자는 독립된 이야기. 읽다 보면 초반에는 하루키의 소설처럼 고독의 묘사가 두드러지지만, 바나나 특유의 초능력(?)이 나타나면서 흐뭇해진다. 그런 식의 무거운 묘사 – 가벼운 마무리가 바나나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몇 년 만에 집어든 간만의 바나나 소설이었지만, 여전히 좋다. 쓸쓸함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자상함이 좋다. 읽은 후 쉽게 잊혀지는 스토리의 망각성도 좋다. 다음에는 또 언제 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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