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에 취임하게 된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이야기를 다룬 가상의 이야기. 시놉까지만 들어볼 때에는 어려움을 뚫고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 여성 서사를 기대했으나, 성별은 오히려 부차적이고 권력지향적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지휘자와 그런 음모와 모략과는 반대로 세상은 개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현실과의 괴리를 다룬 드라마라는 느낌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모든 점을 안배해서 짜놓은 판이라고 생각했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개인간의 관계로 인해 자신의 모략이 하나하나 해체되고 마는 타르의 위치가 한편으로는 안스러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땅한 귀결이라는 생각도 드는 스토리였어요.
주인공 타르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역시 믿음직하고, 그 옆에서 연인의 어떤 행동과 모략에도 기죽지 않고 자리를 지켜 주는 샤론도 멋졌습니다. 동반자이면서 콘서트마스터로서 지휘자를 뒷받침해주고 결정적일 때 따끔한 한마디도 던져주는 모습이 좋았네요. 철없는 신인 첼리스트 올가도 천연덕스럽게 자기 것을 챙기는 신세대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네요.
다만 마무리는 조금 아쉬운듯. 한꺼번에 터져나온 사고 + 자초한 기행으로 결국 물러나게 된 후일담이 너무 뜬금없었다는 느낌입니다. 무얼 말하고 싶었는가는 알겠지만 개연성이라든가 교훈이라든가 그런게 너무 단순하게 급하게 던져진게 아닌가 해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그 가운데 있었던 상황이라든지 이후 후일담이 들어간 감독판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궁금했던 영화 잘 봤어요. 기내영화가 아니면 보기 힘들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