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부키 |
원제는 Peddling Prosperity: Economic Sense and Nonsense in an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 (1995년)으로 한글판에도 ‘경제 위기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내용을 짐작하는 데에는 원제가 오히려 더 맞는다는 느낌이네요.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지금의 제목이어야 사람들이 집어들 거라는 점은 동의할 수 있을듯)
폴 크루그먼 교수의 저작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는데, 꽤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테마를 (그것도 국가 정책적 이슈같은 굵직굵직한 내용에 대해) 너무나 직관적으로 날려버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경제학은 개론 수준에서 어느정도 맛만 조금 봤을 뿐이지만 그 기억을 베이스로 현재의 국가 경제 정책을 하나하나 짚어내는게 정말 대단하네요. 조금 주의깊게 보면 별 생각 없이 경제 관련, 정책 관련 기사들 들여다보던 눈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라왔던 것은, 단순히 현재 정부의 정책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정치성향과 연관지어 해석하지 않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양쪽을 동등하게 비교, 비판하는 자세였어요. 공화당의 레이거노믹스 – 작은 정부와 부자 감세 – 이 실제로 영향을 끼친것은 거의 없지만 빈부격차를 야기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격차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 민주당의 세계화 경쟁이 실제 국내 생활수준 향상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면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지만, 이는 직접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각종 복지 제도를 통해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하지만 신랄하기도 해요)
별 생각 없이 김동조님의 추천으로 집어들게 되었지만, 읽고 나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책입니다. 95년도 출간되었는데, 근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또 어떤 혜안을 보여주고 있을지 궁금해져요.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