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본게 거의 백만년은 된 느낌이네요. 너무나 조폭과 코믹으로 도배되어 안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SNS에서 누가 거북선이 되고 싶다고 한 리뷰가 너무 생생해서 큰 화면으로 봐야겠다 생각되어 표를 결제했습니다. 롯데 시네마S관 감상.
즐겁게 봤어요. 러닝타임이 두시간 반 가까와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몰입도 높게 잘 구성했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사극에서의 강렬한 전투 장면이라면 주인공이 등장해 돌격하라! 외치면서 큰 싸움 한판 하고 마무리하는걸 생각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정말 담.백.하.게. 이순신장군을 거의 패싱하다시피 하고 전쟁 앞, 중간, 뒤의 상황에 모든 힘을 쏟습니다. 박해일은 정말 거의 흡입력 없이 무표정으로 생각하는 장면만 보여줘요. 모든 것은 실시간 전투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보다는 거북선이 주인공인 것이죠.
부산을 점령하고 금산을 거쳐 전주로 진출하는 일본군, 사천 등 세 번의 패배를 당하고 전력을 보강하려는 일본군 내부 사정, 거북선을 보고 그 약점을 확보하려는 첩보전, 붙잡은 왜군을 정보원으로 확보하여 활용하는 조선군과 갑작스런 출정 등이 실제 전투 이전 상황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풀어주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해전, 앞에서 살짝 맛보여준 노장의 품격 안성기님의 미끼 역할과 그를 구하려는 제자님의 분투, 그리고 이어지는 본격적인 일본 대선단의 진격과 그 가운데서 위기에 처하는 거북선, 그 순간 등장하는 거북선 마크2의 대활약. 그리고 최종병기 복합포의 발사까지. 쉴새없이 몰아치고 전체 진형을 보여주는 화면이 너무 멋드러지게 전투를 그려냅니다.
단순히 압도적인 승리로만 기록되지만 실제 전장은 순간순간 판단을 내리며 모든 상황이 맞아들어갈 때 승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결과를 아는 싸움이라도 이렇게 긴박하게 잘 그려낼 수 있다는게 정말 좋았네요. 간만의 한국영화였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감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