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2년 4월월

저주토끼

저주토끼 (리커버)6점
정보라 지음/아작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다가 부커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 회사의 밀리의서재 지원이 시작되면서 쓱싹 읽어버렸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스토리라인 구성이 정말 재미있고 깔끔하다는 느낌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호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닥 몰입하지는 못했네요.

전반적으로 한번 읽고 ‘아 이런 스토리였구나’ 하고 넘겼으나.. 환타지스러운 소재와 이야기가 독특했던 흉터 (까마귀 괴물과 제물로 바쳐진 아이),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사랑에 빠진 사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사막을 건너가는 왕녀) 이야기는 장편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좀더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든 이야기는 힘이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정보라 작가님의 장편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녀를 만나다’ 라든지? 장르도 잘 선택해서 말이지요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8점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곰출판

상당히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살다보면 별별 책이 다 베스트셀러가 되는걸 보기는 하지만서도, 그런 책들은 보통 흡입력이 엄청나거나 손을 뗄 수 없다거나 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분명히 보통의 학술서적이나 자서전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게, 쉽게 읽히거나 빠져들거나 하지는 않지만 몰랐던 사실을 제시하는 방식이나 자신이 자료를 조사하면서 겪은 감정의 담담한 서술,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한 것을 깨뜨리는 학계의 진실 등이 후반에 펑펑 터져나오면서 느끼는 쇼크가 간만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게 아닌가 싶네요.

우선 묘사되는 이야기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소한 인물에 대한 묘사. 어릴 적 자라온 환경이야 위인전스러운 묘사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찐따같은 소년이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슴에 새겨가며 어류의 채집과 학명 부여, 그리고 계통 분류를 이뤄가면서 스탠포드 총장을 역임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스토리였네요.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새로운 인물 소개로 생각했습니다만..

다음에 이어지는건 이 사람의 음모와 흑역사. 스탠포드 대학의 창립자 부부와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합법적인 행동, 그리고 독선. 또한 자신의 믿음을 과신한 나머지 우생학의 주창자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강제 수술까지 시킨 비인간적인 백인우월주의자의 모습은 쇼킹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 사람이 평생을 두고 진행한 어류 계통도의 결정적인 오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그제서야 알게 되는 이 이야기는 정말 충격이었네요. 모두가 그렇다고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은 다수의 믿음에 의존한 취약한 이야기였다는건 많이 있었지만, 어류라는 계통 자체가 그렇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뒤늦게 알려질 내용인가 하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섬뜩하네요.

과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 중 실제로 그렇지 않은게 얼마나 많이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독서였습니다. 재밌었네요 🙂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이의 새빨간 비밀 디즈니 플러스 픽사 애니메이션 리뷰

너무나 유쾌한 픽사 최신작.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심리 변화와 친구 관계, 아이돌 팬덤 같은 또래 문화와 부모님과의 관계 재설정 등의 소재를 너무나 잘 버무려놓은 수작입니다.

엄마의 좋은 딸로 학교에서는 모범생이고 부모님이 관리하는 사당 관리 및 관광 홍보 등을 돕는 모범적인 딸 메이는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과는 노래와 아이돌을 좋아하는 8학년입니다. 하지만 공부에 올인하는 엄마는 딸 또래의 문화는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그 모두를 잘못된 것이라 치부하곤 하죠.

그런 어느날 사당에 모신 빨간 레서팬더(!)의 혼이 메이의 안에서 깨어나 메이를 커다란 (귀여운!) 래서팬더로 변신시킵니다. 알고보니 엄마의 모계 핏줄이 대대로 팬더의 영을 가둬온 것. 메이는 래서팬더의 혼을 봉인하는 날과, 너무나 기대하는 아이돌의 콘서트 날짜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점차 쫓아내고 싶었던 래서팬더의 존재를 두고 갈등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간 픽사나 디즈니에서 메인이었던 서구권 문화를 벗어나, 아시아계의 특성과 스토리라인을 잘 이끌어낸 재밌는 이야기네요.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중간중간 나오는 음악이나 춤도 상당히 즐거웠어요. 좀더 기대해본다면 메이 주연의 히어로물이 만들어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