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5-01-05

여왕 폐하의 해군

여왕 폐하의 해군10점
데이비드 웨버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데이비드 웨버의 아너 해링턴 시리즈 2편입니다. 2010년에 원서로 1편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을 읽었었는데, 번역판을 미루고 미루다가 절판이 된 후, 어쩌다 보니 중고로 1, 2부를 구하게 되어 다시한번 번역판을 정독할 수 있었네요.

맨티코어와 헤이븐의 대결이라는 커다란 대결구도 속에서, 1편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은 맨티코어의 변방이지만 웜홀 중계점으로서 중요한 전략 거점인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에 아너 해링턴이 파견되면서 행성 행정부와 웜홀 감시 등 행정 재편성을 추진하는 동안 헤이븐이 행성계에 심어놓은 음모의 싹과 화물선으로 파견한 대형 전함과의 전투를 실감나게 그렸었지요. 2편 여왕 폐하의 해군(The Honor of the Queen, 1993)은 조금 더 나아가 헤이븐과의 완충지대인 옐친 항성계에 각종 과학기술과 호위함을 포함한 사절단을 파견하면서 옐친 내 주력인 그레이슨과 극단주의 종교세력인 마사다 간의 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다룹니다.

종교 기반의 정착민이 주력인 그레이슨과 마사다는 과학기술만 뒤떨어지는게 아니라 극단주의적인 남성우위의 사회입니다. 마사다는 더 심하죠. 거기에 나타난 아너 해링턴이라는 여성 함장은 그레이슨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아너는 갈등을 심하게 하지 않도록 화물 호위를 자청해 잠시 항성계를 떠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마사다는 헤이븐의 힘을 등에 업고 두 대의 최신 전함을 앞세워 그레이슨을 침략하고, 남아있던 맨티코어의 쿠르보제 제독과 그레이슨의 야나코프 제독은 나란히 전사하게 됩니다. 돌아온 아너 해링턴은 순양함과 구축함만으로 거대한 헤이븐의 순양전함과 결전을 벌이게 되죠.

작품 속에서 남성우위의 허상을 그대로 드러내며, 아너 해링턴의 영웅적인 분투를 통해 그레이슨 사회는 커다란 충격을 받고 해링턴을 통해 여성의 힘과 가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반면 마사다는 외부의 장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자원과 인력조차도 깎아내리며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앞으로 스러져가게 될 것이 눈에 보이네요. 이 책을 읽으며 보게 된 영화 바비의 시나리오와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기도 한게, 옐친 항성계나 현재 미국이나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에요.

앞으로 제대로 된 인재 등용과 인력 운용,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편인 순양전함 나이키는 도서관에서 빌려볼 예정이에요. 중고서적을 두배의 가격으로 사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말이에요 🙂

바실리스크 스테이션10점
데이비드 웨버 지음, 김상훈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