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달동안 집에서 본 영화임다.
2009년 들어와서 봐온 영화나 책 리스트를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들춰봤더니 올해는 극장에 한번밖에 안봤더군요. 제일 많이 본 곳은 기내.. 21편 중에 10편을 기내에서 봤다능. 어찌보면 이건 비행기를 많이탄게 아니라 극장을 안간거라능 -_-;;;
어쨌건간에 요즘 살짝 필이 꽂혀서 나름 시간날때마다 예전 재밌었던 영화를 다시보거나 괜찮다는 오래된 영화를 찾아서 보는 나날들입니다. 그런 와중에 걸려든 영화 네편..
1.빌리 엘리어트
이건 갑자기 다시 보고싶어져서 돌려본 케이스. 쭈삣쭈삣하면서도 내면의 발레에 대한 열정, 춤에 대한 열정을 견디지 못해 온몸을 던져 자신을 표현해내는 소년의 모습이 정말 뿌듯한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본게 2000년이니 벌써 9년이 흘렀군요.
그 사이에 런던에서 뮤지컬 버전 빌리 엘리어트와, 영화에서 살짝 보여준 매튜 본: 백조의 호수 공연도 보고 나서 다시 보니 새로운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탄광에서의 노동쟁의 속에서 동료들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다시 눈에 띄고, 왠지 무심한 듯 쉬크하게 빌리를 발레 속으로 끌어들이는 무용선생님도 참 사악하시네요. 그리고 따님도.. 살짝살짝 빌리를 유혹하는 모습이.. ^^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마지막 도약만큼은 그제나 지금이나 정말 강렬합니다.
마지막 도약의 댄서 아담 쿠퍼씨는 은퇴해서 공연 기획을 하신다는군요. 빌리 역의 제이미 벨은 점퍼의 좀 재수없는 능력자로 나왔다네요 (보면서도 몰랐음 -_-). 오리지널 캐스팅의 뮤지컬이나 국내에서 한번 볼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빌리 역 캐스팅이 진행되었는데, 오리지널인지 번안인지 모르겠네요 ^^
2.피아노의 숲
현재 15권까지 나온 만화책의 극장판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서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 쪽에 관심이 가 보게 되었는데, 나름 원작을 잘 살렸다는 느낌이에요. 아직 카이와 슈헤이, 다카코의 콩쿠르 연주를 클라이막스로 잘 표현해냈습니다. 원작 16권이 기다려지네요 ^^
3.베오울프
영화인줄 알고 보러 가서 많이들 낚였다는 전설(?)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누드가 나온다고 해서 화제였지만, CG처리된 이후라..^^;;; 그렇더라도 영국에서는 나름 비중있는 전설인 베오울프 이야기를 완결된 이야기로 볼 수 있어 기뼜다능. 하지만 그렌델이 워낙 좀 기괴하게 나오고 불쌍하기도(?) 하고 해서 좀 보기 괴로운 장면도 중간중간 있었네요.
예전에 동화책에서 보았던 베오울프는 별 갈등 없이 괴물 퇴치에 성공한 영웅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호르드가르 왕과 마찬가지의 실수를 범하고, 훗날 자신의 죄를 자기의 몸을 바쳐 속죄를 하더군요. 아무래도 동화는 이야기를 순화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번에 본 내용이 실제 전설에 가까울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편이 더 서사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구요.
나중에 보니 목소리 출연진도 화려 그 자체. 안소니 홉킨스와 존 말코비치, 안젤리나 졸리에다가 크리스핀 글로버까지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미녀삼총사2에서의 그 광기에 찬 모습이 아른아른.. 그쪽도 보고싶어지네요 ^^
4.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인터넷판을 너무나 즐겁게 보았던지라 기다려왔던 영화 (그러나 극장에서 놓쳤다). EBS의 시네마천국이란 프로그램도 녹화해놓고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짬이 난 김에 보게 되었네요. 임원희의 그 느끼하면서도 문어체적인 100% 후시녹음 올로케이숀 대작은 때로는 헛웃음을 짓게 하고, 때로는 피식 웃게 하면서도 하나하나 줄거리를 쌓아올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더라구요. 유승완 감독의 스토리텔링이 한계단 올라섰다는 느낌이랄까요. 액션도 역시 – 초반에는 좀 어색했는데, 후반의 다찌마와 리 vs. 국경 살쾡이 대결은 정말 최고. 짧은 한손 검법의 임원희와 채찍을 화려하게 사용하는 유승범이라니, 그동안 두 배우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능 ^^
사실 대놓고 코미디+패러디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영화이기에 여기저기서 어찌보면 허술한 (다르게 보면 일부러 예스럽게 표현한) 구석이 많아 뭐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고전 B급 영화에 대한 감독의 사랑은 여기저기서 절절히 배어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원작들을 접하지 못했더라도 가끔씩 채널 돌리다가 EBS 한국영화 걸작선에서 본듯한 대사라든지 발성이라든지 하는게 느껴지는게 참..
문득 드는 생각이, 다음에는 패러디라기보다 약간 더 다찌마와 리의 활약을 강조한 작품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007이나 오스틴 파워처럼 시리즈로 만들어주면 더 좋겠네요. 아, 그러려면 이게 흥행을 꽤 했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니.. 뭐, 감독님의 다찌마와리 사랑에 기댈밖에요. 가능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