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길에는 귀국일에 잠시 시간을 내어 반 고흐 미술관에 들렀습니다. 암스텔담에 온건 세번째지만, 첫번은 암것도 모르는 배낭족으로 와서 운하와 도개교만 돌아보고 맥도날드 먹고 간 기억만 있고, 두번째는 전시회만 급하게 보고 딴나라로 날아간 기억만 있기에, 뭔가 돌아볼 여유를 가진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고흐미술관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남서부로 내려온 박물관광장에 있습니다. 사실 다른곳은 둘러볼 여유가 없었고, 귀국날 오전 반나절만 시간이 있었던지라 정말 한군데만 집중해서 보자 하고 갔더라죠. 공항근처 호텔이라 이동은 ‘공항셔틀->IBC셔틀->트램(전차)두번’이라는 상당히 복잡한 루트. 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헤메지 않고 잘 찾았습니다. 트램 정류장 앞에 콘서트헤보우 홀이 있어 바로 알수 있었어요 🙂
들어가서 고흐의 초기부터 말기까지 – 하지만 단 5년여의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명작들을 그려냈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미술관에서는 매 해마다 고흐가 있었던 도시 – 헤이그, 파리, 아를르, 생제르맹, 오베르 등에서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초기에는 밀레의 영향을 받아 감자를 먹는 사람들과 같이 어두운 배경의 시골 생활을 주로 그렸다면, 파리로 나오면서부터 많은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당시의 추세에 맞추어 밝은 색채를 사용하게 되고, 아를르에 이르러서야 특유의 강렬한 색채가 드러나게 되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주요한 작품마다 자세한 배경과 뒷이야기를 제목과 함께 써놓아서 오디오가이드 없이도 고흐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좋았네요.
미술관의 가장 멋진 작품들은 해바라기,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아를르의 고흐의 방, 아이리스, 그리고 까마귀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꽃병에 담긴 해바라기는 총 다섯 개를 그렸는데 둘이 노란 바탕, 셋이 파란 바탕이라는군요. 고흐미술관은 노란 배경에 테디베어해바라기가 중심이었네요.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선물했다고 하구요. 고흐의 방/아이리스/까마귀 나는 들판은 새로 알게된 사실은 없었던듯..
그래도 갤러리샵에서는 도록과 함께 까마귀 나는 들판이 들어간 자석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작은 크기지만 짙푸른 하늘과 노란 들판, 그리고 까만 까마귀의 모습이 대비되어 가장 멋있더라구요. 아몬드나무도 탐났지만, 다른 고흐의 그림이 그렇듯, 물감의 질감이 살아있는 작품을 직접 보는 맛이 전혀 나지 않아 포기했어요. 이런게 고흐 그림의 멋진 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듯..
도록과 자석이 담겨진 고흐미술관 봉투를 들고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만족감 반 아쉬움 반. 나중에 마나님과 함께 와서 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에 못본 국립미술관 렘브란트 작품도 언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암스텔담이 그리 선호하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젠가 오면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가게 되네요. 다음 올 기회를 기다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