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팽 대 홈스의 대결 – Arse’ne Lupin contre Sherlock Holmes (1908)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까치글방 |
간만에 머리식히려 읽은 뤼팽. 연말의 폭주모드 독서의 후유증인지 아님 해리포터의 두께에 질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책은 영 읽히질 않아서 집어들었다.
사실 뤼팽vs홈즈는 홈즈가 좀 약하게 묘사된 것 같아서 별로 좋아지지가 않는다. 코난도일판 오리지날 홈즈는 냉철하고 건조한 이미지가 확연한데 르블랑판 홈즈는 습기가 좀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색깔 자체가 좀 틀리다. 르블랑이 이런 사실을 몰랐으려나?
금발머리 아가씨와 유대램프의 두 편 수록. 둘다 뤼팽 이야기이고 평범한 느낌. 그래도 낙천적이고 수다스러운 프랑스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에 드는 구절:
“당장 내일이라도 원하기만 하면, 글쎄.. 뭐가 좋을까.. 정치가? 사업가? 군인? 뭐든 아무거나 될 수가 있을 것 같아! 허어, 하지만 맹세컨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어디까지나 아르센 뤼팽이고, 아르센 뤼팽으로 남을 거니까.”
– p.84
“선생.. 아무래도 당신과 나는 한 배를 탈 수 없는 입장인가보오. 서로 전혀 다른 진영에 살고 있어요. 물론 잠깐 동안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하면서 담소를 나눌 수는 있지만, 여전히 둘 사이의 건널 수 없는 도랑은 존재합니다. 당신 셜록 홈스는 탐정이고, 나 아르센 뤼팽은 도둑이라 이 말씀이오. 셜록 홈스는 무의식적으로 늘 탐정으로서의 본능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도둑을 때려잡아 어떻게든 가두어두려고 하기 마련이겠죠. 반면 아르센 뤼팽은 도둑의 자유로운 영혼에 따라 형사의 손길을 뿌리치려고 할 것이고 되도록 그를 비웃으며 보란듯이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오. 아하하하!”
–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