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
정말 오랜만에 집어든 추리소설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으로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추리소설 취향이 아닌지라 한참동안 미루고 있다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선택했어요. 몰입감은 확실해서 붙든지 이틀만에 완독. 하지만 추리소설이란게 그렇듯 해피엔딩은 아니니 쓸쓸한 결말은 좀 그렇네요.
나름대로 생활을 꾸리고 있는 모녀에게 스토커처럼 쫓아온 전 남편,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모녀에게 옆방의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살인사건 현장과 시체, 알리바이를 치밀하게 계획해서 배치하는 이시가마를 상대로 형사들은 어렴풋이 이상함을 느끼고 모녀의 당일날 행방을 계속 조사하지만 헛발질을 하는 가운데, 학창시절 이시가미의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던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깁니다. 사건을 숨겨놓은 이시가미와 그 맹점을 찾아내는 유가와,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들 사이에서 결말을 처리한 작가의 솜씨가 두드러졌네요. 특히, 이시가미의 트릭이 막판에 밝혀지면서 왜 제목이 용의자 X의 ‘헌신’ 인지 알게 되는 순간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이시가미의 트릭이 정말 감탄스럽고, 그만큼 계속해서 책을 놓을 수 없는 흡입력 면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그리 즐기는 장르는 아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주역인 유가와보다는 사건을 세팅하는 이시가미의 이야기가 혹시 계속 이어지는 후속편이 있다면 한번 더 보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