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씹왕자의 작가, 유폴히 님의 또다른 작품. 이번에는 왕자 대신 윌리엄 셰익스피어입니다. 그것도 편지함이 아리라 무려 옷장. 어릴적부터 봐온 옷장으로 튀어나온 미소년이 대문호가 되기 전 배우지망생이었던 그 사람이라, 주인공 줄리아는 정말 비정기적으로 출연하는 윌리엄과 함께 때로는 방에서 노닥거리고, 때로는 학교 문화축제에 발표하러 가기도 하고, 엄마를 따라 피렌체로 가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를 둘러보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갑니다.
어릴적부터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하던 줄리아였지만, 이를 계기로 옆집 훈남 헌터와도 다시 가까와지고, 셰익스피어 왕팬인 바네사와도 절친이 되며, 여러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자라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고민하고, 진로를 고민하고, 가족관계를 고민하고, 친구관계를 고민하지만 그러면서 자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어느 쪽인가를 깨닫는 것. 유폴히 작가님의 장점은 이런 스토리와 감정의 흐름, 그리고 상황을 정말 적절하고 따뜻하게 이끌어가는 점이 아닌가 싶어요. 읽씹왕자에 이어 정말 즐겁게 몰입해서 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너무 좋네요.
결국 마지막까지 읽으며 궁금했던 것은 과연 줄리아와 윌리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 장거리인데다가 시간대까지 떨어져 지내는데 역사도 지켜야 하는 두 사람이 과연 엮일 수 있을 것인가. 뭐, 작가님 성향을 보면 답은 정해져 있겠지만 답보다는 그 과정이 궁금한 독자는 책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네요. 정말 즐거웠고, 그 가운데 은근슬쩍 등장하는 아치와 코델리아는 너무 반가왔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이 주인공들의 모습을 또 엿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