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구독하게 된 김에 시작한 7편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뛰어난 학자, 특히 수학자였으나 그 반대급부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에 이혼하고 자살한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은 엘리자베스 허먼. 고아원에서 우연히 지하에서 혼자 체스를 두던 관리인 샤이벨 씨에게서 체스를 배우며 재능을 드러내지만 당시 합법적이었던 안정제를 고아원에서 투약하면서 약에 중독됩니다. 다만 안정제를 먹었을 때 천장에서 체스 말이 움직이며 수를 두는 독특한 환상을 보곤 하죠. 잠자리에서 당구대가 천장에 보이거나 스타크래프트 전장이 펼쳐지는 경험을 한 분들이라면 동감할 장면이기도.
그런 후 약 중독 때문에 고아원에서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한 부부의 가정에 입양되고, (그 집에서도 양아버지가 집을 나가긴 하지만) 순위도 없이 출전한 지역 체스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양어머니의 인정을 받아 지역 체스 대회를 휩쓸며 상금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베스가 반하는 나이스가이 타운스와 만나기도 하고, 지역 강자 해리 / US 우승자 베니 등과 교류를 트기도 하죠. 하지만 새어머니가 급성 알콜 중독으로 사망하고 소련의 최강자 보르고프에게 철저하게 깨지면서 베스의 방황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 소련 원정 경기에서 베스는 마음을 다잡고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릅니다. 기자로 다시 나타나 베스를 지원하는 타운스, 결승전을 위해 그간의 서운함을 제쳐두고 마음을 모아 전략을 생각해주는 해리와 베니, 그리고 결정적 순간 약이나 술 없이도 떠오르는 천장의 체스 시뮬레이션을 통해 베스는 우승을 차지하고 소련의 대단한 선수들에게 인정받게 되죠. 마지막 장면, 단지 누군가의 뜻에 의해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스스로 획득하고 공원에서 (적국이지만) 체스를 즐기는 사람들과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베스가 훅 큰 것을 느끼게 되었네요.
베스의 화끈하고 공격적인 체스 플레이의 매력, 그 인물을 정말 매력적으로 표현해낸 안야 테일러조이의 연기, 차근차근 이런 인물의 일대기를 쌓아올린 연출의 매력과 시나리오 구성이 이런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체스가 벌어지는 장소들의 매력적인 1960년대 인테리어나 베스 허먼이 펼쳐보이는 의상도 볼만하구요. 하지만 그 마지막 한 편 만으로도 보석같은, 그러면서 7편짜리라 부담도 적은 좋은 드라마 작품이었어요. 추천드립니다 🙂
덧, 포스터에서 베스 앞의 체스판 위에 그냥 체스 말들만 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술병과 약통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네요. 이런 센스쟁이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