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많이 들어봤는데 어떤 영화인지 모르다가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얼른 감상했습니다. 시작부터 짐 케리가 나와 오잉 했는데, 의외로 슬랩스틱이 아니라 진지한 로맨스라 신선했네요. 히로인은 케이트 윈슬렛인데다가 조연으로 기억삭제 병원의 실무진들이 커스틴 던스트 / 마크 러팔로 / 일라이저 우드라니 화려한 라인업이 놀라왔네요.
우연히 회사를 땡땡이치고 반대편 기차로 간 몬톡이란 마을의 겨울 바닷가, 그곳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만납니다. 조금씩 호감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가운데 예전 조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의외로 두 사람은 과거에 연인이었던 사이. 몬톡에서 만나 함께 알콩달콩하게 살고 있었지만 갈등이 깊어지면서 클레멘타인이 기억 제거 서비스를 받겠다고 한 것. 조엘도 그러면 자기의 기억도 지워달라고 하고, 그날 밤 시술하러 스탠(마크 러팔로)과 패트릭(일라이저 우드), 그리고 메리(커스틴 던스트)까지 조엘의 집으로 와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들 대화 속에서 여러 사실이 밝혀집니다. 패트릭은 기억을 지우러 온 클레멘타인에게 반해 그녀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접근해서 연인이 되어 있고, 스탠은 메리를 좋아하지만 메리는 기억 삭제술의 발명자인 유부남 하워드 박사를 흠모하죠. 기억이 삭제되면서 옛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는 가운데,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자료로 제공하지 않은 옛 기억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모든 기억이 사라지면서 클레멘타인에게 몬톡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기억도 사라지는데.. 약속대로 첫 장면에서 몬톡으로 가게 된 것은 잠재의식의 발현이겠죠)
조엘과 메리의 기억을 탐험하는 장면을 화면에 담은 솜씨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클라이막스는 하워드 박사와 메리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어요. 강렬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키가 꽂히는 순간이랄까, 그 일로 인해 기억 상담 테이프가 클레멘타인에게 전달되고 – 그걸 둘이서 차에서 듣고 – 차에서 내렸다가 조엘의 집으로 가보니 조엘도 테이프를 듣고 – 둘이서 다시 이야기하는, 그런 순서로 마무리가 급 전개되니 말이죠. 아직도 생생, 얼떨떨, 오오오 시나리오의 힘이라는 느낌.
간만에 잔잔한 영화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짐 캐리의 연기도 참 좋았고 말이죠. 일라이저 우드는 천연덕스럽게 나쁜놈 연기를 잘 해내는군요. 커스틴 던스트도 너무 좋아요 ㅎㅎ. 잘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미셸 공드리 영화는 처음이었네요.
덧, 포스터 얼음위에 누워있는 배경인 찰스강, 보스턴의 그 찰스강인가보네요. 아 다시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