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미디어창비 |
아이가 벌써 이런 책을 읽을 때가 됐다니 싶을 정도로 글밥이 많고 그림 하나도 없는 소설. 교보에서 책표지보고 고르는 아이의 독특한 취향으로 부모가 된 입장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다행히 꽤나 재미있는 한국 역사 배경의 추리 소설이었고, 덕분에 저도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독특하게도 작가인 허주은 씨는 한국의 소설가가 아니라 캐나다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오며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역사를 살펴보다가 원-명으로 이어지는 왕조 교체기 공녀 제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배경은 한국의 제주. 두 딸의 아버지이자 조선왕조 초기 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민 종사관은 제주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실종됩니다. 두 딸 중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던 환이는 목포의 고모 댁으로 가게 되고, 몸이 약해 항해를 견디기 힘들었던 매월은 신기가 있어 제주에 남아 무당집에 맡겨집니다. 환이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제주로 건너와 실마리와 증언, 증거를 찾던 중 많은 소녀들이 몇 년 동안 사라졌고, 아버지가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제주의 지방관인 홍 목사, 마을의 우두머리인 촌장, 매월이를 키워준 산방 무당, 술자리를 쫓아다니며 소문을 모으는 유 선비 등이 환이와 엮이면서 조금씩 사건의 내부로 휘말려들어가며 위기도 닥쳐오지만, 그 가운데 환이와 매월이라는 자매의 어색한 재회가 신뢰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이어져 결말을 향해 끌고나가는 힘을 만들어내네요.
전반적으로 역사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종종 보이는 구성이지만, 제주도라는 배경에 대한 묘사라던지 아버지와 딸, 언니와 동생 등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설정과 전개가 눈에 띄는 소설이었습니다. 청소년기에 즐겁게 읽을만한 이야기였던것 같아요. 아이는 지금 이 작가의 후속작인 붉은 궁을 또 열심히 읽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