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영화. 사실 그동안 계속 띄엄띄엄 보고 있었는데 진도가 잘 안나가더라구요. 역시 영화는 한자리에 앉아서 정주행해야 보게 되는듯. 중간에 멈추니 다른 영화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길막하는 느낌이었네요. 어쨌든, 재미없어서 그런건 절!대! 아니고, 영화가 계속 생각하면서 이 장면이 어떤 의미지 되뇌이면서 봐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전작의 데커드가 아니에요. 새로 등장한 경찰국의 레플리칸트 K(라이언 고슬링)가 주인공인데, 이 남자는 상당히 유능한 경찰이면서 자신의 파트너로 인간이나 레플리칸트보다는 상업용 애인 AI인 조이(아나 데 아르마스)를 더 아낍니다. Her의 사만다와 비슷하면서도 홀로그램으로 자신을 투영할 줄 아는 AI라 상당히 매력적. 더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K를 위해 계속 여러 감정을 투사하는 것이 푹 빠지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K는 조사 중 어떤 여인의 유골과 아이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여인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알려진 레플리칸트였다는 점. K가 소속된 경찰국과 레플리칸트를 제조하는 월레스 사에서는 동시에 이 아이의 자취를 추적하죠. 그 사이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자신의 것인지 심어진 것인지 혼란스러워진 K는 레플리칸트의 기억을 만드는 전문가 아나 스탤린 박사를 찾아갑니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기억이 진짜라고 들은 K는 아버지라고 추정되는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가 만나지만, 자신을 추적하던 월레스 사의 요원 레플리칸트 러브에게 얻어맞고 기절하죠. 그 과정에서 불쌍하게도 AI 조이는 파괴되고 맙니다.
K가 깨어나 마주친건 자신과 같은 레플리칸트 해방운동 멤버들. 그들은 아이가 레플리칸트들의 희망이라고 이야기하며 데커드를 제거해 아이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케이가 아니라 여자아이라고 이야기하죠. K는 충격을 받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친 조이와 같은 AI의 광고를 마주하면서 AI가 어떤 의미인지, 레플리칸트의 자아는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고 데커드를 구하러 갑니다. 그리고 그를 딸이라고 추정되는 닥터 스탤린에게 데려다주며 영화는 마무리되죠. 데커드에게는 자신의 기억의 상징이었던 자그마한 말 조각상을 전해주며 말이죠.
전작과 같이 계속 의미를 생각하며 봐야하는데다가 반전도 있기에 생각하며 영화읽는 즐거움을 오랫만에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AI 조이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보는 즐거움도 있었구요. 케이는 불쌍하지만 데커드는 그 나이에도 생존해서 삶을 이어나간다는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