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 이다 지음/미술문화 |
얼마 전에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재미있게 보고 최근 내셨다는 러시아 여행기를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최신작이어서인지 예약이 많이 밀려 있더라구요. 처음에 책을 예약해서 찾으러 갔을 때 책등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제본이라 왜그런가 했는데 책을 펼쳐보면서, 아 이래서 그랬구나 싶었어요. 책 자체가 이다님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그린 그림과 손글씨, 그리고 곳곳의 다양한 티켓과 포장지 등을 인쇄해서 전면으로 볼 수 있게 배려한 편집이었습니다. 덕분에 보다 생생하게 현지의 느낌을 얻을 수 있었네요.
이다 님 지인인 모호연, 비로소님과 계획한 블라디보스톡 여행이 날짜가 다가오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경험으로 확장되고 여행지가 볼고그라드,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그까지 연장되는 여정. 처음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잔잔하게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식사, 친절하지만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로 편안한 여행기로 시작했으나 열차를 타기 시작하면서는 이야기의 중심이 여행지가 아닌 기차칸이 되는 특이한 독서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중간중간 들리는 곳은 단지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한 기착지일 뿐, 물론 이국적인 정서와 독특한 북국의 풍광이 있기는 했으나 매번 바뀌는 앞자리 혹은 옆자리 사람들과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침대칸의 경험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마치 여행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여행기였습니다.
정말 직접 열차를 타고 경험하기는 좀 저어되지만, 확실히 비행기 타고 그곳을 후루룩 보고 오는 그런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현지에서 사람들이 이동하고 정말 그곳 사람들은 기차를 이런 느낌으로 타는구나 하는걸 실감하는 이야기. 더불어 현지 사람들과 식사,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건물과 자연, 그리고 미술관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이야기가 어우러져 정말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