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천사가 내려와 사람이 되는 영화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었다. 오히려 천사 다미엘이 천사로서의 생활을 왜 포기하려 하는가, 사람들은 천사인 그에게 무엇을 부러워하게 했는가, 무엇이 그를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게 했는가 –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한듯. 이런 문제들에 대한 빔 밴더스의 해석은 천사와 인간들의 독백 속에서 하나씩 어렴풋하게 – 아주 느릿느릿하게 – 제시된다.
영원 속에서 사물의 본질만을 바라보는 것이 천사의 일. 하지만 본질만을 바라보다 보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기쁨이나 흥분, 슬픔 등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천사는 사람의 본질과 마음을 바라보는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삶의 즐거움, 다양성, 흥분과 절망 등의 감정에는 시선을 둘 수 없는 존재라는 해석이 참 독특했다. 그렇기에 인간을 사랑하면서 인간을 동경하는 존재라는 설정이 나올 수 있었을듯.
정작 다미엘이 인간이 된 이후의 스토리는 조금 빠르다는 느낌. 사실 한시간 반이 지날 때까지 진도로 볼때 영화가 세시간 정도는 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두시간을 조금 넘는 정도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모자란 느낌은 없다는게 신기한 사실. 다미엘과 마리온, 그리고 카시엘과 피터 포크 모두 감정의 오버 없이 산뜻한 마무리를 해주었다.
베를린의 황량한 풍경이나 쓸쓸한 독일 사람들의 영상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다시한번 인물들의 대사를 곱씹으면서 감상하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 제작 다큐멘터리나 삭제장면 등을 담은 서플도 좋았다.
p.s. 피터 포크(형사 콜롬보 >_<) 너무 멋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