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생각지도 않은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한국영화 중에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만 나오는 것 같아서 좀 기피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한국영화 볼일만 생기는건 왜일까요? 뭐, 볼 때에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는데, 막상 보고 나서 곰곰 되새겨보면 그리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역시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일지도..
혈의 누 역시 보면서는 어느정도 몰입할 수 있었지만, 종종 아쉬움이 느껴지는 영화더군요. 갑작스레 보게 되었으니만큼 사전정보 하나도 없이 들어간지라 뜬금없이 1일, 2일, 3일 식으로 흘러가는걸 보고서는 ‘오호~’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무리를 이끌어내기에는 ‘이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보였고, 범인이 너무 뻔히 보이는 것이 단점.
최 차사나 무당의 역할이 조금 더 강화되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캐릭터였으면 어땠을까, 극 초반부에 소연의 존재를 관객이 추측할 수 있는 복선을 주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와 설정은 꽤 괜찮았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요. 미스터리라면 극과 관객이 함께 추리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주어야 하는데, 혈의 누에서는 너무 극이 일방적으로 단서를 들어올리고, 혼자서 사건을 일으켜나가는 경향이 짙어요. 덕분에 관객은 구경만 하고 잔혹함에 신음을 흘리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게 됩니다.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하지만 이런저런 시도 중에 명작이 탄생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다음에는 조금 더 나아진 스릴러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spoiler show=”그 밖에” hide=”그 밖에”]1.배우 중에서는 인권 역 박용우의 열연이 두드러집니다.
2.해외로 나가면 또 잔혹한 묘사로 이름을 떨칠듯. 한국영화는 고어영화다..라고 하면 어쩌나.
3.잊혀진 과거의 원한..이란 면에서 올드보이가 자주 연상되더군요. 잔혹한 묘사도 연상에 한몫. 역시 명작의 그림자가 후속영화들에 드리워지는 것인가요.
4.오현경이 나온다는 말을 얼핏 들었는데, 동명이인이더군요. 더구나 남자 노인이라.. 누구얏! –;;;
5.능지처참 장면은 처음 보았습니다만…그런 거였군요. 으윽! –;;;[/spo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