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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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에 걸친 작품이라 넷플릭스에 뜬지 한참 되었는데 겨우 완료했네요. 영화로 제작되기 전까지 오펜하이머란 인물을 몰랐는데, 2차대전의 원폭, 로스알라모스란 곳을 설립한 사람이란걸 처음 알았습니다. 과학자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유학시절, 양자역학을 만나면서 자신의 영역을 찾고, 동료 과학자들과 교류하면서 교수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 그리고 교수나 학생의 발언권을 위해 사상의 자유 및 운동을 지원하던 사람. 하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 원폭 프로젝트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연구소를 잇는 장소로서 로스알라모스를 건설, 책임자로서 캠프를 이끌어가는 사람.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이런 행보를 따라갔겠으나, 이 과정과 함께 영화에서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더 합니다. 종전 이후 매카시 광풍이 불던 가운데, 예전 동료의 스파이 혐의와 본인의 정치적 포지션으로 인해 보안접근권한에 대해 심사가 진행되는 사설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행보를 되돌아보는 관점. 그리고 그 청문회를 열리도록 해 오펜하이머를 음해하려 한 스트로스의 집착과 그 자신이 더 나은 정치적 위치인 장관직을 위해 청문회 대상이 되어 낙마하게 되는 과정.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놀란 감독의 솜씨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여기에 이어 전쟁을 억지하는 장치로서의 원자력, 그보다 더 강한 힘을 추구하는 세력들 사이에서의 수소폭탄에 대한 부정적 입장, 그리고 그 이후 미소 군비 경쟁으로 치닫는 과정이 핵분열을 연상시키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 등등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주연 킬리안 머피, 악역 로버트 다우니 jr. 모두 멋진 연기를 보여준건 물론 너무 좋았구요. 다만 후반의 두 청문회는 역사를 다시 찾아보지 않으면 이게 무슨 일이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은 함정인듯. 보실 분은 미리 찾아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댐즐

영화 댐즐 정보 해석 결말 출연진, 존재이유를 찾아라(섬과 드래곤, 코르셋과 편견) Damsel, 2024 넷플릭스 : 네이버 블로그

볼만하다고 해서 가볍게 넷플릭스에서 재생한 환타지 영화입니다. 주인공 엘로디는 북부의 가난한 왕국의 공주로 왕인 아버지와 새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며 직접 칼들고 사냥해서 왕국 살림에 보태는 생활형 왕족의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 바다건너 풍요한 왕국의 청혼을 받게 되어 왕국에 보탬이 되도록 그 나라 왕자와 결혼하기로 합니다. 뭘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지만요.

바다건너 왕국에 가족과 함께 도착한 엘로디는 묘하게 가족을 배척하는 그쪽 왕족들(특히 여왕?!)에게 거부감이 들지만 나름 순진해보이는 왕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결혼식을 마친 후 전통 행사를 위해 산을 오르게 됩니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쪽 왕국을 멸망시키려는 용에게 왕족 여인을 바쳐야 하는 운명. 그 왕국에서는 제물을 위해 건강한 여인을 얻어 결혼시키고 제물로 바치는 짓을 계속 해온거였던거죠. 엘로디는 홀로 떨어져버린 동굴에서 용을 피해 살아남고자 온갖 위험을 피해가며 미로를 헤매게 됩니다.

제물로 바쳐진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활형 공주, 검도 잘 쓰고 머리도 잘 쓰며, 절대 순종적이지 않고 되로 준걸 말로 갚는 엘로디의 행보가 나름 시원시원합니다. 용의 불에 화상을 입고, 자신을 바친 아버지의 죽음도 눈앞에서 맞딱드리지만 그래도 살아남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진 이야기였네요. 다만 너무 뻔한 구도와 액션이 조금 아쉬운 작품 – 아무래도 넷플릭스작의 한계는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 즐겁게 봤어요.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0점
커피흡입기/라온EM

전생에는 재벌가 서자로 한량으로 그냥저냥 살다가 삶을 마감했지만, 편모 입양아로 회귀해서 미국 깡촌에서 자라나며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잠깐 관광으로만 보거나 다 큰 다음 유학가서 경험하는 미국이 아닌, 평범한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한국과는 어떻게 수업 체계가 다르고 어떤 활동들이 진학하는데 평가가 되는지, 미국 지역 사회에서 봉사나 취미 활동이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고, 왜 그런게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상당히 신선했어요. 작가님도 아마 그쪽에서 성장했거나 그쪽의 교육이나 삶의 체계를 상당히 잘 조사한게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였네요.

주인공 제이든이 편모 슬하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학교에서 인정을 받아가는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이란 존재로 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는지, 지역 사회에서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인맥을 쌓아가고 친구 관계를 만들어가는지 등이 차근차근 펼쳐지며 어느새 내가 제이든과 알렉스, 마커슨과 오디, 마크와 헤나 등 제이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부방 동아리의 일원이 된 양 몰입해서 따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나긴 성장기가 끝나고 마지막 권에서 공부방 친구들이 하나 둘 합격 발표를 받으며 제이든은 과연 어떤 결과를 받게 될지 궁금해지는 그런 이야기네요. 그러면서도 결과는 중요하지 않기도 하구요.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험난했던 카톡 데이터 복구기록

iMazing l Mac 및 PC용 iPhone 및 iPad, iPod 관리자. 음악과 메시지, 파일 등을 전송, 복사, 백업

우선 Thanks to iMazing.

S님이 사용중인 아이폰에서 카톡 알림이 갑자기 안온다고 해서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해결이 안되어 삭제하고 재설치한게 사건의 시작. 정말 별 생각 없이 데이터는 당연히 보존되고 앱만 재설치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카톡 재설치 후 전화번호까지 인증하고 나니 채팅과 주소록이 엄청나게 사라져버린 것. S님은 정말 중요한 데이터들, 특히 영상이나 주소록 같은건 따로 저장해놓은게 없다고 엄청 당황해하고, 나는 나대로 왜 카톡따위가 데이터를 백업해줄거라고 믿었는지 스스로 자책하고..

일단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바로 3일 전 폰 용량이 가득 차서 사진 백업하는 김에 전체 백업을 맥에 해놨다는 점. 안쓰던 아이폰6s에 이 백업을 복구해서 그쪽 카톡에서 채팅이라도 복구해서 살릴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었으나 OS버전이 맞지 않아 복구가 되지 않는다. 일단 출근시간이 다 되어 저녁때 생각해보기로.

출근해서 시간있을 때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듯, 여기저기서 비슷한 글이 검색이 된다. 일단 알아낸건 다음과 같다.
1) 아이폰 백업이 있더라도 카톡이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인증이 풀려 재인증한 경우는 데이터가 날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잡한 메뉴를 들어가 백업을 해놔야 한다. 이 백업데이터는 14일만 보관되므로 새로 인증받고 난 경우 바로 복구를 하는게 좋다.
2) 카톡 백업은 기본적으로 채팅만 복구된다. 미디어까지 백업하려면 톡서랍플러스라는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는데 이건 월 2500원의 유료서비스. 백업을 가지고 장사하다니 이런 양아치들같으니라고!-란 느낌.
3) 일단 나는 백업을 하지 않고 인증을 해 데이터가 날아간 상황. 다만 아이폰 백업이 있는 경우 iMazing이란 툴을 가지고 백업을 복구한 사례가 제법 보여 좀더 찾아봤다. iMazing은 다른 기능도 많지만, 아이폰 백업으로부터 폴더 단위로 각 앱의 데이터파일 접근이 가능하다는게 특장점. 그래서 백업 중 카톡의 Private Data 폴더를 저장해놓고, 현재 아이폰의 카톡 내 Data를 따로 뽑아낸 백업 데이터로 바꿔치기하는게 핵심이었다. 다만, 백업 내 파일 접근해서 뽑아내는 기능은 무료 버전에서 지원하지만 이 데이터를 아이폰에 다시 집어넣는 복구 기능은 유료버전에서만 된다는 점.

그렇더라도 데이터 복구업체 맡겨도 될지어떨지 모르니 그냥 내가 하는게 낫겠다 싶어 유료버전을 질렀다. 일단 복구할 폰용 라이센스를 약 5만원 정도에 구입. 그 와중에도 원화 해외결제라 카드사 제한 푸느라고 귀찮았음. 그리고 라이센스 코드를 받았는데, 맥 패스키로 인증내용 저장하는게 또 안되서 맥 재부팅하고 계정 재인증하느라 또 시간 잡아먹기도. 다행히 재부팅하니 인증은 제대로 되더라.

그리고 설치한 iMazing을 이리저리 써보는데, 사용법이 쉽진 않더라. 일단 설치 시에 내부 데이터 접근 가능하게 환경설정 해줘야하고, 메뉴명도 직관적이지는 않은듯. 그래도 그럭저럭 알아낸 복구방법은 다음과 같다 (열정대마왕님 브런치가 많은 도움이 되었음)
1) iMazing을 띄우면 기존 백업파일이 자동으로 나타난다. iMazing 내 파일 탐색기에서 Apps > AppDomain > com.iwilab.KakaoTalk > Libaray > PrivateDocuments 선택하고 mac(PC)로 내보내기해서 저장해놓는다. 이게 기존 채팅/연락처 데이터임.
2) 아이폰을 연결하고 잠금화면을 풀어주면 iMazing에 아이폰이 나타난다. iMazing 내 파일 선택하면 백업을 해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백업을 해줘야 1번에서 본 폴더구조가 나중에 나타난다. 이거 안하고 아무리 Apps에서 파일탐색기 들여다봐도 문서 폴더밖에 안나옴. 이 백업은 현재 아이폰꺼라 카톡 데이터가 날아간 상태의 백업임.
3) 백업이 다 되면 이제 2번에서 한 백업본에서 파일탐색기 중 앞에서처럼 Apps > AppDomain > com.iwilab.KakaoTalk > Libaray > PrivateDocuments로 들어간다. 여기에서 하단 버튼 중 ‘장치에 저장’을 누르고 1번에서 따로 저장해놓은 폴더 내 파일들을 선택해서 기존 파일에 덮어쓰기를 한다. 그러면 변경 가능한 사본을 생성하겠냐고 묻는데, 그러겠다고 한다.
4) 그러면 3번의 백업본 대신 신규로 변경 가능한 사본 백업이 다시 생성된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 파일 탐색기로 다시  Apps > AppDomain > com.iwilab.KakaoTalk > Libaray > PrivateDocuments로 들어가 덮어쓰기한 파일들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왼쪽의 메뉴 중 툴>복원을 선택
5) 복원 툴에 들어가면 데이터, 앱을 선택하도록 되어있는데, 데이터는 기존 상태대로 전부. 앱은 카카오톡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다 제외. 그리고 복원을 진행한다. (이러는 이유는, 앱을 전부 선택하는 경우 십중팔구 용량이 모자라 복구가 중단된다. 데이터를 제외하면 나중에 복구된 폰을 보면 아이폰 기본앱의 데이터 – 메시지나 연락처, 메모 등이 깡그리 사라짐. 해봐서 안다 -_-)
6) 복원이 완료되면 폰의 시작하기를 누르고 애플 계정을 다시 입력해야 한다. 초기설정 후 카톡에 들어가보면 날아갔던 데이터가 다 다시 들어와 있을거임.

이런저런 닭질을 한 덕분에 총 복원시간은 3시간쯤 걸린듯. 그래도 데이터가 모두 잘 복구되어 다행. 나도 S님도 맘고생 하루하고 해결되어 모두 다행이었다. iMazing 정말 유료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툴이었음. 안아까왔다.

나인

나인 (양장)6점
천선란 지음/창비

천선란 님의 장편SF입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아직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 집어들었는데 약간은 청소년 성장소설같은 느낌에 출생의 비밀, 살인사건, 친구들과의 우정, 과보호 가족 등의 이슈가 드러나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한 챕터 한 챕터씩 나아가는게 조금 힘겨운 느낌이기는 했네요.

나인은 미혼인 이모와 오염된 땅을 재생시킨 식물원을 가꾸면서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미래와 현재라는 두 친구가 절친이고, 태권도를 잘 하는 당찬 소녀에요. 어느 날 우연히도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를 승택이라는 한 소년을 산에서 만나게 되고, 그 가운데 태권도학원에 다니다가 가출한 어떤 선배가 사실은 친구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걸 알려준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떤 나무가 말해준 것이라는게 특이한 일이었지요. 사실 나인은 식물에서 태어나는 외계인이었는데, 지구로 이동해와 정착한 외계인의 핏줄이었다는 것. 이모는 외계인들 사이에서도 지구인에게 섞여살기를 원하는 별종이었고, 승택은 점점 줄어드는 아이 중 자신과 다르게 건강한 나인이 궁금해져 종종 찾아오곤 했다는 겁니다. 이런 이모와 친구들, 승택 사이에서 살인사건의 진상도 알리고 자신의 정체성도 찾고자 하는 행보가 이 소설의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세세하고 침착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야기였고, 인물들의 고민도 사춘기답게 다양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하기도 한 그런 내용이었어요. 정신없이 사건에 빠져들기보다는 한발짝씩 담담히 사건의 진상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네요. 왠지 작가님이 그런 성격이 아닐까 한번 짐작해 보게 됩니다. 언젠가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한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