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내영화의 최대 수확. 별 기대없이 집어들었는데 너무나 따스하고 코믹한 소품인지라 마음에 쏙 들었다. 패션을 좋아라 하는 아이에게 쇼 장면을 따로 추천해서 보여줬을 정도. 1950년대 영국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여러 집을 다니며 청소와 가사일을 해주는 가정부인 해리스 부인이 어떤 부인의 집에서 디오르의 드레스를 보게 되면서 홀딱 반해 400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을 모아 파리로 드레스를 사러 떠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부인이 너무 소박하고 귀여운게, 궂은 일을 하면서도 매사에 좋은 점을 찾고 동료에게도 항상 친절하게 말을 해주면서 누군가 물건을 흘리면 꼭 불러서 이야기해주는 마음좋은 할머니같은 느낌 – 그래서 전사한 남편에게서도 수당이 나오고 경마로 잃은 돈도 직원이 일부를 재투자해서 다시 돌려주고 해서 결국 돈을 모아 파리로 떠날 수 있게 되더라구요. 파리에 도착해서도 역에서 헤롱대는 동네 할아버지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 디오르 하우스를 찾아가고, 그곳에서도 예쁜 모델 언니가 떨어뜨린 가방을 찾아주면서 엉겁결에 신제품 공개 쇼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자신을 좋게 봐준 귀족 할아버지가 있어서였기는 하지만요.
디오르에서 보게 된건 정말 화려하고 예쁨이 넘치는 신작 드레스의 물결. 그 중 두 벌에 꽂힌 해리스 부인은 우여곡절 끝에 녹색 드레스를 가봉하게 되고 당일 사가고 싶었음에도 일주일간 가봉이 필요하다는 말에 체류기간을 늘리게 됩니다. 자신을 좋게 봐준 회계담당 청년의 집에서 묵게 된 건 덤. 그 후 귀족 할아버지와 데이트도 하고 청년과 모델 언니야를 엮어주기도 하죠. 반대로 미운털이 꽂힌 귀족 부인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가봉 시간을 못 맞추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재봉 담당 군단과 친해져 직접 재봉에 참여함으로써 완성된 드레스를 들고 런던에 돌아옵니다. 그 후일담 또한 유쾌하기 그지없어요.
주연인 레슬리 맨빌 님은 ‘세상의 모든 계절’과 ‘팬텀 쓰레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라고 합니다. 게리 올드만의 부인이기도 하다고.. 처음 알았네요. 조만간 팬텀 쓰레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게 되어 다행이어요. 그리고 예쁜 모델 언니 나타샤 역의 알바 밥티스타도 눈에 띄었구요. 엘렌 페이지를 닮은 듯 – 앞으로 승승장구하시길 바래요.
즐거운 영화로 여행을 마무리한지라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막 보고 온 파리의 50년대 모습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죠. 파리 관련으로 영화 추천을 주르르 받았는데, 이 목록도 하나씩 둘러봐야겠다고 생각중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