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샤갈전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주말 오전 10시 개관에 맞춰 달려들어가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여유롭게 미술관 문을 나서는 것이었습니다..만, 일어나보니 시간은 이미 10시. 부랴부랴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미술관에 도착하니 11시더군요. 덕분에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소음 속에서 간신히 보고 나왔습니다. 아아, 애들좀 어떻게 해줘요!
양적으로는 상당히 풍성한 전시였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처음 가봤습니다만, 가본 전시관 중에서는 첫손에 꼽을 만큼 공간이 넓더라구요. 그런 큰 미술관에서 2층과 3층 대부분을 가득 채울 만큼 샤갈의 작품이 많이 걸려있다는 것이 참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전시의 질적인 면에서는 아쉬웠어요. 전시 기획측에서는 작품 수가 많아서 그랬는지 의욕을 가지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작품을 7개의 테마로 나누어 배치했더군요. 하지만 ‘성경 이야기’ 라든지 ‘오디세이’ 같은 삽화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개의 테마는 너무 억지스럽게 갖다붙였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차라리 연대순으로 그의 작품을 배치해서 시대에 따른 작가의 심경이라든지 마음 상태를 관객이 직접 생각하고 느껴볼 수 있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유대인 극장 패널화 시리즈로 걸려있던 <음악>, <무용>, <연극>, <문학>의 4점. 그리고 작은 석판화 작품인 <파리의 연인> (그러고보니 드라마 제목 -_-)이었습니다. 샤갈 작품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에 몰두할 때 사람의 심리를 그대로 표현한 것 같다는 점이라 하고 싶네요. 이 다섯 작품 모두가 그런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더라구요. <음악> 같은 경우는 마을 광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몰두한 음악가와 그 주위에서 음악에 빠져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무용> 같은 경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무용수와 그 역동성, 그 주위를 흐르는 음악과 관객의 몰입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파리의 연인>같은 경우는 캔버스 중심을 커다랗게 차지한 두 남녀의 행복한 모습과 그 주위를 모든 동물과 식물, 사람들과 건물들이 둘러싸면서 그들을 축복하는 것 같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더라구요.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공식 사이트에서는 그림이 없더군요. 하긴, 대작도 아니고 유명한 작품도 아니니..)
시끄러운 분위기와 불편한 동선 배치가 짜증나기는 했지만, 이 다섯 작품을 생각하면 그래도 건진게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전시회에 애들좀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교육을 제대로 시켜 떠들지 않게 하던지요. 자기들이 더 떠들고 있으니, 이거 원..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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