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로 이사한지 20년만에 ‘극장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의 강점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루종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귀가해서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룰루랄라 집을 나서 잠시 걸어가서 둘이서 영화 한편 보고, 귀가길 교통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걸어오는 루트. 편하군요 🙂
그렇게 보게 된 왕의 남자,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던 정보는 연산군과 예쁘장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정진영, 감우성, 이준기가 주연이라는 것 정도였어요. 이준기의 공길이 너무 유명했던지라 연산 역이 누구인지, 감우성/정진영이 어떤 역할인지도 전혀 몰랐죠. (연기가 멋지다는 말만 들었음 ^^) 그래서 갑작스래 오프닝에 강성연의 이름이 떴을때 깜짝 놀랐네요. 장녹수 역이라는 걸 알고서는 끄덕끄덕. 항상 그런 역을 맡는구나 하는 생각도 문득.
어쨌든, 영화는 전체적으로 정말 멋졌습니다. 연산의 심각한 모습과 광기에 찬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정진영, 야심과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질투하는 남자 장생을 멋드러지게 표현해낸 감우성, 그리고 수줍으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피하지 않고 걸어가고자 하는 공길 역의 이준기. 세 사람의 남자가 궁이란 공간에서 충돌하며 펼쳐지는 한바탕 놀이마당은 팽팽한 활시위가 끊어지기 일보직전의 긴장감과 뜻밖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당황스러움, 그리고 그 중간에 끼어드는 코믹함, 그리고 점차 나락으로 치닫는 비극적 정서를 함께 보여줍니다.
‘연산이 폭정을 펼쳐 궁에 기생과 광대를 불러들이고 도성을 사냥터로 삼아 풍류를 일삼다가 반기를 든 신하들에 의해 실각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배경이 되지만, 그 가운데 한명 한명의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고 그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언제나 선왕의 그림자에 얽매여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지 못하던 연산에게 공감이 되는 것도, 공길이 자신을 항상 지켜주던 장생뿐만 아니라 연산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장생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유를 펼쳐보이는 것도 다 사람의 마음이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마지막 장생과 공길의 줄타기, 그리고 그 위에서 뛰어오르는 장면은 정말 멋드러진 마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를 본 사람만이 그 모습에서 가슴찡함을 느낄 수 있겠죠. 멋진 작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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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iler]링크:
– 왕의 남자- 2006.1.5.CGV불광 – EST님
– 한낱 영화가 어찌 이리도 가슴을… – 다사마루님
왕의남자! 정말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스틸컷만 봐도 재밌어 보이는군요!
예, 간만의 멋진 한국영화였습니다. 꼭 보세요~ 🙂
영화 전문 블로그로 탈바꿈한듯?
씨네*우스가 있었다면 더 했겠지 그리고…
흠.. 씨*하우스가 있을때도 거의 손에 꼽을만큼밖에 안가봤어요 ^^
연말이라 볼만한 영화가 꽤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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