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사라진 소녀들의 숲8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미디어창비

아이가 벌써 이런 책을 읽을 때가 됐다니 싶을 정도로 글밥이 많고 그림 하나도 없는 소설. 교보에서 책표지보고 고르는 아이의 독특한 취향으로 부모가 된 입장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다행히 꽤나 재미있는 한국 역사 배경의 추리 소설이었고, 덕분에 저도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독특하게도 작가인 허주은 씨는 한국의 소설가가 아니라 캐나다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오며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역사를 살펴보다가 원-명으로 이어지는 왕조 교체기 공녀 제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배경은 한국의 제주. 두 딸의 아버지이자 조선왕조 초기 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민 종사관은 제주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실종됩니다. 두 딸 중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던 환이는 목포의 고모 댁으로 가게 되고, 몸이 약해 항해를 견디기 힘들었던 매월은 신기가 있어 제주에 남아 무당집에 맡겨집니다. 환이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제주로 건너와 실마리와 증언, 증거를 찾던 중 많은 소녀들이 몇 년 동안 사라졌고, 아버지가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제주의 지방관인 홍 목사, 마을의 우두머리인 촌장, 매월이를 키워준 산방 무당, 술자리를 쫓아다니며 소문을 모으는 유 선비 등이 환이와 엮이면서 조금씩 사건의 내부로 휘말려들어가며 위기도 닥쳐오지만, 그 가운데 환이와 매월이라는 자매의 어색한 재회가 신뢰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이어져 결말을 향해 끌고나가는 힘을 만들어내네요.

전반적으로 역사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종종 보이는 구성이지만, 제주도라는 배경에 대한 묘사라던지 아버지와 딸, 언니와 동생 등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설정과 전개가 눈에 띄는 소설이었습니다. 청소년기에 즐겁게 읽을만한 이야기였던것 같아요. 아이는 지금 이 작가의 후속작인 붉은 궁을 또 열심히 읽고 있네요 🙂

인형의 집의 참극

인형의 집의 참극6점
도오사카 야에 지음, 김현화 옮김/제우미디어

일본의 청소년 대상 추리소설. 학교에서 별별 일을 의뢰받아 나름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해결해주는 ‘연줄연구회’ 클럽을 운영하는 두 학생이 같은 학년의 쌍동이 자매이면서 한 명은 공부만 죽어라 시키고 한 명은 애지중지하며 외모만 가꾸도록 시키는 극과 극의 자매와 엮이던 어느 날, 자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관리해온 엄마가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누가 범인인지를 추적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사람이란 이럴 수도 있는 동물인가’ 를 생각하게 하는 일본소설스러움도 있지만, 거기에 조금 더 자유롭고자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사춘기 학생의 목소리도 잘 녹여낸 미스테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추리를 위한 장치는 부족하고 실마리도 잘 주어지지 않는데다가, 탐정이라 내세운 두 남학생도 객관적인 입장이라기보다 자매와 각각 혹은 복잡하게 엮인 상대들이라 그리 객관적이지 못한게 오히려 인간적이고 청소년답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뒷맛이 깔끔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결말은 잘 지어진 편. 학생 대상 미스테리로 한번 볼만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잉크와 별의 소녀

잉크와 별의 소녀6점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 지음, 조경실 옮김/고래가숨쉬는도서관

섬을 지배하는 귀족이 섬을 드나드는 뱃길을 막아버렸기에 생활 외의 탐험과 본업인 지도 제작을 멈추기 된 아빠, 그리고 아빠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지도 제작술을 익혀온 딸 이사벨라. 이사벨라는 귀족의 딸인 루페와 친구이지만 어떤 아이가 숲 속에서 짐승에게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족의 정책에 대해 싸운 끝에 루페는 숲 속으로 아이를 찾아 가버린 채로 사라져버립니다.

이사벨라는 자신의 말과 싸움에 책임감을 느끼고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딸을 찾아 나서는 귀족의 탐색팀에 길잡이로 합류합니다. 그 가운데 섬을 둘러싼 전설과 섬을 멸망시키려는 어둠의 권속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이사벨라는 마을에서 떠난 사람들, 그리고 루페가 알아낸 사실을 바탕으로 섬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이에요.

흥미로운 설정, 두 소녀 간의 우정, 그리고 섬을 지켜내고자 하는 용기와 실행력 등이 돋보이는 이야기이고 청소년 소설로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좋은 설정이라 좀더 큰 스케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잘 하면 반지의 제왕같은 이야기로도 펼쳐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아이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 즐겁게 보았다는 생각입니다 🙂

나의 행복한 결혼

アニメ『わたしの幸せな結婚』7月5日より地上波&各種配信サイトで放送開始。斎森美世は上田麗奈、久堂清霞は石川界人が担当 | ゲーム・エンタメ最新情報の ファミ通.com

넷플릭스에서 보고 그림체가 예뻐서 한번 볼까 하고 보게 된 애니메이션입니다. 배경은 이능력이 있는 환타지가 가미된 개화기 일본이라는 설정. 독특한 이능을 보유한 우스바 가문의 모친을 두었음에도 이능을 보유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구박받으며 자라온 미요가 여자를 싫어하기로 소문난 군부의 능력자 가문의 당주인 쿠도 가문의 키요카에게 보내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초반에는 구박받는 미요와 본심은 착한 쿠도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 + 미요의 배다른 여동생이면서 못된 심보로 쿠도가 괜찮은 남자인걸 알자마자 빼앗으려 하는 사이모리 카야 + 우스바 가문의 피를 손에 넣으려는 타츠이시 가와의 싸움이 메인이라면, 다음은 우스바+쿠도의 이어짐을 견제하고자 둘을 처형하려는 미카도와의 싸움과 우스바 가로 돌아가 쿠도를 향한 마음을 되새기고 자신의 능력을 되찾는 미요 간의 싸움이 주요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사실 첫 부분은 즐겁게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라 잘 봤는데, 뒷부분은 영 억지스러운 스토리라 맘에 들지는 않더군요. 그림도 점점 퀄이 낮아지는 것 같아 좀 아쉬웠구요. 2기도 나올지 모른다지만 이런 작품도 있구나 하는터라 또 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도둑맞은 집중력8점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

23년의 마지막 책은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입니다. 도서관마다 대기줄이 상당히 쌓여있었는데, 의외로 회사 도서코너에서 차례가 빨리 와서 읽어볼 수 있었네요. 마나님이 먼저 읽고 상당히 잘 읽힌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네요. 처음에는 디지털 디톡스나 SNS의 무한로딩, 현대사회의 일상화된 수면부족 등 실제로 체감되는 현상으로 시작해서 점차로 집중력을 갉아먹는 산업계의 이익 위주 연구개발이나 사업구조,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야기되어야 하는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제약, 사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까지 좀더 심도있는 내용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이야기합니다.

많은 부분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실제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만연한 것을 보면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그럴 것이라 여겨지는 사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도 많이 드네요. 한번쯤 읽어보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거나 주변의 사회적 활동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