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2006년 기대를 한참 부풀려 놓았다가 엄청난 혹평을 들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옹의 아드님 고로 군의 데뷔작입니다. 하도 욕을 먹어 별 기대없이 봤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이상했던 작품. 사실 이야기로만 본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보다 잘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하울이 하야오 옹께서 직접 제작 + 기무라 타쿠야의 하울 목소리라는 더블펀치로 기사회생한 반면, 게드전기는 고로 군이 하야오라는 이름의 무게 + 어슐러 르 귄이라는 원작자의 무게라는 더블펀치로 한방에 다운된게 아닐까 싶은 느낌.

사실 원작인 테하누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을 보았기에 더 후하게 쳐줄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고로 군도 아버지의 구도 – 그림자를 지닌 소년과 그를 구원해주는 소녀 – 라는 등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깔끔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왕인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을 계속 죽음 앞에 내모는, 그러면서도 자신을 쫓아다니는 그림자로부터 도망치는 알렌, 그런 그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결정적으로 자신을 믿고 찾아야 할 때 힘을 주는 소녀 테스와 현자 게드. 이러한 캐릭터의 묘사는 오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그만큼의 자리를 가지고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네요.

어쩌면 관객들은 왕을 살해하는 알렌의 모습에서 고로가 하야오를 넘어서려 한다고 넘겨짚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알렌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구요. 혹 게드 전기라면서 주인공이 게드가 아닌 소년소녀란데 배신감을 느낀건 아닐지.. 하지만 르 귄 여사의 어스시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접해보았다면, 이 시리즈는 1권 빼고서는 게드가 만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란 데에서 이해를 해줄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거나, 나름 꽤 괜찮은 작품을 만들고서도 성공하지 못한 고로 군에게 화이팅을 전하고 싶네요. 힘내시고, 하야오 님도, 고로 군도 더 좋은 작품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2 thoughts on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1. Raymundo

    전에 곰TV에서 어스시의 마법사였는지 게드 전기였는지 있길래 봤더만 애니가 아니라 실사, 그리고 극장판이 아니라 한 4부작이었나 정도로 나온 일종의 드라마 같은 게 있더군요.

    애니메이션 게드 전기는 그보다 나중에 봤는데… 스토리가 조금도 겹치는 게 없어서 갸우뚱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사판은 몇 장면만 아련히 기억나는 지경이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겹치는 건 유일하게 “진짜 이름”이라는 개념 정도?

    제가 본 TV판(?)은 원작의 내용 중 다른 부분이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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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hilia

      예, 저도 EBS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방영했던 미니시리즈라고 하더군요. 이 드라마는 어스시 1,2부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어스시 4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니 겹치는게 없는게 당연하구요. 참고로, 드라마판은 보다가 지루해서 중단했는데, nyxity님 말씀으로는 욕을 바가지로 먹은 작품이라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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