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폭스 갬빗 3 –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허블 |
제국의 기계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1편에서는 육두관과 휘하 종족의 설정, 그리고 죽은 명장을 산 병사에게 빙의시키는 개념이라는 매력을 선보이고, 2편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기존 권위를 뒤엎는 혁명을 성공시키는 시원함을 보여줬다면, 3편에서는 남은 최종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체리스는 기존 역법을 넘어 누군가를 희생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민주주의적인 세계를 탄생시킵니다만, 이전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세계를 설계하고 강화해 온 니라이 쿠젠이라는 최후의 보스의 저항에 직면합니다. 쿠젠은 체리스에게 빙의되고 남은 잔존 기억으로 다시한번 슈오스 제다오를 소환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불사의 존재로 창조해내죠.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그 육체에는 아군도 적군도 모두 기함을 합니다 -_-
쿠젠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체리스는 군대를 다른 켈에게 넘기고 쿠젠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다만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켈의 진형과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일이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쿠젠 편 내부에서는 새로운 제다오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강제로 머리속을 헤집는 쿠젠에게 반발심을 키워 갑니다. 이 두 제다오가 언제 만날지를 기대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네요.
결말은 시원하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이전 편처럼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사람뿐만 아니라 전쟁에 동원되는 서비터, 그뿐만 아니라 함선까지도 자아를 가지고 있어 그들의 희생이 너무 일방적으로 느껴져 여러가지로 찝찝한 상황이 계속 펼쳐집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속도도 상당히 지지부진했던 기억이네요.
아쉬움이 남지만 간만에 재미있는 시리즈를 완독했다는 만족감을 느끼며, 관련된 이야기가 새로 출간될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