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
일본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들은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즐겨 다룹니다. 야마다 에이미, 요시모토 바나나, 때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남성 작가들도 마찬가지구요. 누구의 소설이든 읽고 나면 마음 속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녹아내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에쿠니 가오리도 그런 작가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군요.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약간은 현실에 가까운 느낌, 있을 법하면서 그러기에는 조금 신기한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다른 작가의 몽환적 세계에 대한 묘사와는 차별화됩니다. 그런 면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와는 반대되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음의 묘사는 유사점이 있지만, 굳건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낙하하는 저녁’의 메인 캐릭터인 리카, 다케오, 하나코는 모두 매력적이고 독특하면서도, 주위에 있을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라는 면모도 보여줍니다.
표지에는 실연에 관한 이야기라고 써 있습니다만, 실연의 아픔을 구질구질하게 노래하는 그런 스토리가 아니라는 데에 이 소설의 매력이 있습니다. 주요 스토리는 말 그대로 리카와 다케오라는 8년째 함께한 연인이 3일만에 만난 하루카란 여자 때문에 헤어지고 15개월동안 일어나는 세 사람 사이의 이야기입니다만, 신기하게도 따스하고 때로는 미소가 지어지는 스토리입니다. 특히나 하나코라는 사람은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만나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 강렬하게 들더라구요. 너무 매력적이에요 🙂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가 어떤지 시험삼아 읽어본 작품이었습니다만, 이 한 편의 소설로 우선은 합격입니다. 다음 작품에 따라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올려놓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좋아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