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아작 |
06년도에 읽었던 작품이지만 10년만에 다시 완독하니 또 새로왔네요. 그새 판형과 출판사 모두 바뀌어서 상당히 산뜻해졌습니다. 예전에는 SF란 무엇인지 맥을 잡는 와중에 읽었다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대략 이런 분위기지.. 라는 느낌을 기저에 깔고 봐서 조금 더 줄거리에 집중할 수 있었달까.. 싶었어요.
도입부는 심상찮은 온 지구적 위기 상황, 친척들 가운데 시대를 앞서보고 위기대응을 시작한 가족을 중심으로 각종 기자재와 연구, 식량과 시설 등을 갖추어 섀넌도어 밸리의 마을이 탄생합니다. 이 와중에서도 서로간의 사랑을 이어오는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야기가 이야기되어요.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았지만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고.. 하지만 새로 태어난 이들은 그들의 자식들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인종 – 클론을 바탕으로 한 집단적 개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데이비드는 쓸쓸히 사라져갑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집단적 개인들의 사회 속에서 안정된 섀넌도어가 자원 고갈에 맞닥뜨리자 새로운 세계를 위한 탐험에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안정된 사회 속에서 기존 지식의 학습이나 실행 측면에서 뛰어난 클론들이지만, 급격한 위기나 사건 대응 측면에서 적응력이 떨어지고, 각 집단에서 한명씩 선정해서 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 등을 탐사하러 보낸 탐험대 멤버들은 기존 집단과의 위화감 속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가운데 개인으로서의 자아에 눈을 뜬 몰리, 그리고 몰리와의 사랑과 집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벤은 결국 집단을 떠나 숲으로 들어가 개인으로의 자신을 선택하지요.
마지막 이야기는 벤과 몰리가 남긴 아들 마크의 이야기입니다. 집단들 사이에서 남겨져 자라나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 마크, 혼자서 탐험할 수 있고, 새로운 환경이나 문제에 즉흥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고, 무언가를 인식하고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개체로 남겨진 존재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클론들은 그가 다르다고 해서 두려워하고 결국 없애고자 하지만, 결국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복제하고 유지하는 데 특화된 집단은 결국 끝을 맞이하게 되네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하지만 암울하기보다는 아름답고 쓸쓸함이 공존하는 분위기의 멋진 소설, 그리고 사람이란/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깊이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종이책으로 사길 잘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