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188점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듄 6부작을 드디어 다 보았습니다. 듄, 듄의 메시아, 듄의 아이들, 듄의 신황제, 듄의 이단자들, 듄의 신전으로 이어지는 수천 년에 걸친 이야기의 흐름을 드디어 마무리했네요. 1부 듄을 볼 때만 해도 무앗딥(폴 아트레이드)과 던컨, 거니 할렉 등의 주요 인물들이 하코넨과의 싸움을 통해 어떻게 아라키스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할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이를 넘어 제국의 지배자가 되기까지 해서 약간은 스페이스 오페라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네요.

하지만 2부에서 이전 황제 가문이었던 코리노와 주요 이해관계자 집단인 얼굴의 춤꾼, 익스, 운송 조합, 거기에 베네 게세리트들의 사이에서 폴은 자신이 선택한 길의 치명성에 눈을 뜨고 스스로 사막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활극보다는 철학적 사유에 가까운 심각한 이야기로 빠져들게 되네요. 남은 아이들인 레토와 가니마, 그리고 하코넨의 망령에 중독된 폴의 동생 엘리아와의 갈등이 펼쳐지는 3부 듄의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황금의 길을 따라 인간이기보다는 반신반인인 모레벌레로 수천 년을 살아가는 레토 황제와 그 삶을 끝내주는 아트레이드의 후손 시오나의 이야기를 다룬 4부 듄의 신황제까지가 황제의 이야기의 흐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5부 듄의 이단자들/6부 듄의 신전에서는 베네 게세리트와 적대하는 (대이동에서 돌아온) 명예의 어머니들과의 싸움에서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의 집단을 지켜내는 대모들의 이야기로 이동합니다. 시오나, 오드레이드 등의 대모들과 전 이야기를 관통하면서 살아남는(?) 던컨 아이다호,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또다른 전략가이자 능력자인 마일즈 테그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베네 게세리트를 구해냅니다.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였지만 지금 와서 보니 이야기를 관통하는 화자는 베네 게세리트, 아트레이드의 핏줄, 그리고 던컨 아이다호였네요. 6부까지 보고 나서도 아직 이야기가 끝나진 않았다는 느낌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겠네요. 절대권력에 대한 부담과 위험성, 반대로 민주주의 쪽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이나 방향을 잡기 어려울 수 있는 가능성, 따라서 언제든 권력을 이동시킬 수 있고 집착하지 않기 위한 수양과 자기/상호 견제 등이 필요하다는 것 등등. 능력이란 것이 언제든 좋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 가능성과 한계를 깨닫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어요.

즐겁게 보았습니다. 워낙 악평으로 가득한 후속 작품들 (작자 사후 새롭게 쓰여진 이야기들) 은 보지 않는게 좋겠죠? 대장정을 마무리해서 시원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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