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의 숲

미사고의 숲6점
Mythago Wood (1984)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신화 속의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랄까?

미사고의 숲은 신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민족이 역사를 거쳐오면서 형성된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원초적 이미지들. 그러한 이미지를 하나의 소설로 보여주기 위해 이미지의 형상화란 방법을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긴 하지만, 그 배경으로 택한 숲이란 곳이 아주 독특한 느낌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듯 싶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숲은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때로는 가장 친근하고 자연적인 곳으로 그 이미지를 여러가지로 바꾸어 보여주는 곳이다. 그러한 숲 속을 탐험하는 데 더해서 빼앗긴 연인, 사라진 혈연 등의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스토리가 끼어들면서 하나의 멋진 어드벤쳐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신화 속에 빠져들어가면서 자신과 신화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현상과 갈등을 묘사한 부분. 전체적으로는 아주 작은 부분이었지만, 그 갈등이 상당히 ‘있을 법한’ 아이디어인데다가 에반게리온의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와 매칭이 되어서 상당히 강하게 어필해버린듯 하다.

환타지이면서 (작자가 주장하는) SF이기도 한 소설. 저렴한 가격에 깨알같은 글씨의 장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예전에 반지전쟁(반지의 제왕)을 그런 이유로 사봤던 기억이. ^^


마음에 드는 구절:
그녀는 나를 다시 껴안았고, 가냘픈 목소리로, 마치 뭔가 불가능한 일을 내게 부탁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날 지켜 줘요.」
날 지켜 줘요!
– p.212

「나는 깊은 웅덩이에 있는 커다란 잿빛 바위를 향해 허위적거리며 헤엄쳐 가는 물고기. 나는 이 물고기를 작살로 잡는 어부의 딸. 나는 우리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높고 하얀 돌이 떨어뜨리는 그림자. 그림자는 해와 함께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강을 향해 움직이고, 파란 꽃들이 피어 있는 누른도요의 공터를 향해 움직인다. 나는 산토끼를 달리게 만들고, 암사슴을 수풀 속으로 보내고, 둥근 집 한가운데에 있는 불을 끄는 비. 나의 적들은 천둥과 밤에 돌아다니는 짐승들, 하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의 심장이기 때문에. 달군 쇠처럼 밝고, 화살처럼 빠르고, 떡갈나무처럼 강한다. 내 이름은 대지이다.」
– p.225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