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출장을 다녀와서 기내에서 이런저런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근 1년만에 해외출장을 다녀오니 항공기 내부도 많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더라구요. 에어버스였는데, 예전 비즈니스석에 붙어있던 크기의 화면이 이코노미 좌석에 깔려있고, UI도 나름 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어 이리저리 써보는게 재밌었네요. 덕분에 큰 화면으로 영화도 즐거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1. 비포 미드나잇
9년마다 끈질기게도 시리즈를 발표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입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두 주인공과 함께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정말 친근감이 느껴지더라구요. 비포 선라이즈에서 풋풋한 연애담을 꿈꾸게 하던 남녀가 9년 후에는 우연히 마주쳐서 잠시잠깐 해후를 나누더니, 9년 후에는 어느새 결혼해서 두 딸과 여행을 하고 있네요. 자식과 함께 다니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잠깐 가지게 된 시간에는 어이없는 부부싸움.. 어찌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갔어요. 두 사람의 대화도 너무나 맛깔나고 재미있는게 함께 나이드는 느낌을 알게 했다고나 할까요. 간만에 푸근한 느낌으로 매순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네요. 기대밖으로요.
2. 에픽
예고편만 본 적이 있었던 애니메이션입니다. 숲속 요정들의 전쟁에 휘말린 소녀가 차기 요정 여왕이 될 꽃봉오리를 지키는 스토리인데..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였네요.
3. 광해
SNS에서 다양한 평이 올라왔던거 같아 관심을 가졌던 영화입니다. 독살을 우려한 광해가 하선이라는 광대로 대역을 카게무사처럼 세우곤 하다가 갑작스레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하선이 진짜 왕노릇을 하게 되는 이야기 – 어찌보면 조선시대판 왕자와 거지 이야기네요. 처음에는 어색하기 그지없지만, 정말 백성이 원하는것은 무언지, 중전이 기억하고 있는 광해의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진정한 충성을 얻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좋았을 뿐더러, 마지막까지 하선이 죽는가, 어떻게 되는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는 구성도 좋았습니다.
4. 오블리비언
외계인과의 전쟁으로 지구는 핵으로 오염되고, 인류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바다의 물을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자 외계인을 경비하는 임무를 맡은 잭과 빅토리아만이 지구에서 순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느날 우주선 한대가 추락하면서, 잭은 탑승해 있는 한 여인을 구출해내고 외계인과 인류, 그리고 자신의 임무 사이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요. 상당히 정적이면서도 sf의 매력이 있는 영화였던듯. 톰 크루즈만 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어땠을라나 모르겠군요. ㅎㅎ
5. G.I.Joe 2
코브라 잔당의 음모로 G.I.Joe는 전멸하다시피 하지만, 플린트와 레이디 제이 등 남은 이들이 힘을 합쳐 미국의 위기를 구해낸다는 이야기. 광해의 이병헌이 여기서는 스톰쉐도우로 검을 휘두르는걸 보니 참 묘하더군요. 액션영화 한편 잘 봤어요.
바라기로는 설국열차가 있었으면 했는데 아직 기내에는 안들어온거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 간만의 기내영화 마음껏 봤어요. 즐거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