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들

빼앗긴 자들8점
The Dispossessed (197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황금가지

마음먹고 절반쯤 남은 양을 하루만에 읽었다. 천천히 읽어도 좋겠지만 빌린 책이기도 하고, 앞으로 읽을 것도 많아서 오랜만에 집중해서 독서.

어둠의 왼손의 서사시적 확장판이라고 하면 간단한 요약이 될듯. 내용이 상당히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겐리 아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쉐벡도 혼자서 전혀 낯선 환경인 우라스에 도착하고, 처음에는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르 귄의 전형적인 구조인가? (아직 두 편밖에 못 봤으니 결론을 내리긴 이른듯)

빼앗긴 자들은 어둠의 왼손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무언가 실험대상 같은 느낌을 주고 도망다니기 바빴던 어둠의 왼손보다는, 엔서블이란 중요한 개념을 창조해 내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며, 그 안에서 계속해서 개혁을 이루어나가는 진보적인 아나레스인들 – 빼앗긴 자들 – 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자연의 축복을 받지는 못한 세계임에도 사람들 마음 속의 정의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세계..

요즘 이슈인 저작권이나 특허권 싸움을 보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돈을 바라기보다는 사람들로부터의 감사와 인정에 만족하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빼앗긴 자들에서 쉐벡이 자신의 동시성 이론을 헤인과 테라인들에게 선물로 제공하듯, 자신의 노래와 작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 귄의 다른 작품도 꼭 봐야겠다. 어스시의 마법사부터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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