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자비 –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아작 |
사소한 정의, 사소한 칼에 이은 라드츠 제국 3부작의 마무리입니다. 그만큼 더 신경을 썼는지 등장할 인물들 다 등장하면서도 오버하지 않고 깔끔하게 결말을 이끌어냈다는 느낌이네요.
앞서 배경으로 등장한 아소엑 항성계를 동일한 배경으로 해서 시작한 이야기는 관문에서 등장한 새로운 프레즈거 통역관(자이아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브렉 함대장과 세이바든을 중심으로 아마트, 보 등의 구성원들도 점차 역할을 넓혀갑니다. 숨겨진 함선 스핀도 이 사이에 끼어들어 감초같은 발언을 쏟아내며 점차 이야기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네요. 여기에 츠어 궁에서 난입한 또다른 아난더 미아나이와 소드 구라트가 정거장을 차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브렉 일행의 돌파구 찾기가 백미입니다. 이 상황에서 브렉이 가지고 있던 프레즈거 총의 또다른 – 혹은 실제 – 역할이 드러나게 되죠. 아 통쾌해라 ^^
양 측의 충돌 이후 서로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가늠해 보면서 브렉과 아난더의 한판 기싸움이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양쪽 다 결정적인 무기는 없으면서도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지는 못하는 상태, 과연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두고서 브렉은 정거장과 시민들, 보안대장과 총독 등을 그간 알아온 만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친화력을 발휘합니다. 이를 통해 츠어 궁과 오모프 궁, 그 어느 쪽도 아닌 또다른 선택을 이끌어내죠.
결말을 보면 또다른 형태의 은하영웅전설이 아닌가, 이런 결말이 과연 최선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 전개과정이나 설정 등이 워낙 독특하고 짜임새있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간만에 읽는 내내 거부감이 없고 한장한장 즐겁게 볼 수 있어 첫권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른 이야기도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