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언 – 김시덕 지음/열린책들 |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를 썼던 김시덕 교수의 서울 답사기입니다. 이번에는 동아시아의 구도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살아왔던 서울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서 서울이란 어떤 지역이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기록하고 남길 것인가에 대해 근현대 관점에서 서울 곳곳을 답사하면서 찾아본 이야기를 풀어낸 이야기에요. 특히 저자와 시기는 달랐지만 거주했던 지역이 겹치는지라 상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잠실과 신천의 주공아파트 단지 이야기, 남산에서 용산, 영등포와 흑석동으로 이어지는 길, 가산(가리봉+독산) 등 서울 끝단의 공업단지 등 조선시대에서 비롯한 사대문 안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 전후해서 넓어진 수도 서울권에 대해 80여년간 쌓인 역사를 기록하고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서술한 내용이라 더 친근감과 공감이 가는 내용이기도 했네요.
특히나 어릴적부터 궁금했던 강남의 영동이란 명칭이 일제시대 서울권역이 영등포쪽으로 확장되면서 영등포 동쪽이란 의미로 영동이 되었다는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가산이란 명칭도 정해진 과정이 너무 신기했구요.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감추고 싶어하는 생각에 도시를 자꾸만 묻어가지만, 어느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그 시절을 다시 찾아내고 역사로 반영하는게 오히려 힘들어진 점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새로운 것이 좋고 깨끗해 보이기는 하면서도 허물어지기 전에, 지워지기 전에 기억과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 한 권이었습니다. 다음 권도 꼭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