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마나님과 관람한 후 17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스노우쇼입니다. 둥둥 떠다니는 공과 천장에서 뿌려지는 눈이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는데, 다시 보니 세부를 많이 놓친건지 시간이 많이 흘러 잊은건지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덕분에 아이와 함께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배경으로 노란 옷을 입은 주인공 광대와, 길다란 모자를 쓴 6명의 조연 광대가 함께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다기보다는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한 움직임 가운데 마임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광대들의 동작이 보는 관객을 웃음짓게 만드는 포근한 공연이에요. 배경음악으로 흘라나오는 반젤리스의 음악도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한몫 하구요. 30년이 넘은 음악들인데 참 정겹기도 하네요.
이런 잔잔한 마임 가운데 임팩트를 주는 것은 관객석까지 뒤덮는 장치를 사용한 장면들, 그리고 그 순간에 관객석까지 마음껏 넘나드는 광대들의 모습입니다. 1부에서는 무대를 뒤덮는 먼지와 거미줄, 2부는 대형 선풍기와 조명을 비추는 가운데 관객석으로 날아드는 눈보라가 그런 역할을 하구요, 공연 마지막에는 초대형 벌룬과 공들이 튕겨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해 줍니다. 흐뭇하고 포근한,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기에 LG아트센터에서 거의 매년 공연을 이어가는 것 같아요.
마곡으로 옮긴 LG아트센터는 외관이나 로비, 키오스크 등의 편의시설은 멋드러지지만 관객석이나 공간 활용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네요. 건물은 독립해서 큼지막한데 내부는 의외로 좁고 관객석 단차도 낮아 앞사람 머리가 많이 가린다는 느낌이에요. 이제 막 개관했으니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다음 리노베이션할 때 이런 아쉬움들은 좀 개선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