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목에 방울달기 – 코니 윌리스 지음, 이수현 옮김/아작 |
Bellwether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네요. 사전적인 뜻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 같은 것이라는데, wether가 양이란 뜻이니 bellwether는 방울을 달고 있는 양이란 의미에 착안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진짜 양을 소재로 작품을 써내다니, 역시 코니 윌리스여사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SF라고 하지만, 무슨 우주인이나 신비한 과학기술 같은게 등장하는게 아니라, 90년대를 풍미했던 혼돈(chaos)이론을 소재로 동물학(?) 및 과학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배경은 어떤 신기술 연구소에요. 언제나 그렇듯 펀드를 잘 따오는 프로젝트가 대접받듯이 연구비를 따기 위해 각종 서류작업과 공동모임에 출석해야 하는 과학자들의 신세한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자료 정리, 그리고 돌파구의 실마리가 되는 작은 사건, 하지만 여기서 빠지지 않는 만남/연애사.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혼돈 가운데서도 사건은 진행되고 결말을 향해 달려가네요.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또 마무리할 수 있는건 역시 코니 여사 뿐인듯.
양자역학을 소재로 한 단편 리알토 호텔이 연상되면서도 그보다는 더 친근한 이야기였어요. 혼돈이론과 끌개 – 혼돈 속에서도 현상을 어느 정도에서 수렴시켜주는 매개 – 에 대한 스토리라 관심이 있다면 관련 서적을 보면서도 스토리가 마구마구 연결될 것 같네요. 앞부분을 보면서는 좀 지루하네 싶다가도 조금 넘어가면서부터는 주인공을 막 따라가게 되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