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

누군가 추천글에서 올해 본 영화 중 매버릭보다 더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길래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런 영화일 줄이야?! 올해는 아무래도 멀티버스가 영화계 유행인가봅니다. 메이저 자본이 투입된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아트무비 쪽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제작사 작품인가본데, 정말 감독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4차원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렇게 정신없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연출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네요. 그리고 주연들 역시 헐리웃에서 받은 차별을 한번에 풀고 싶은지 정말 다들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쳐보입니다. ㅎㅎ

어릴적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친과 미국으로 건너가 열심히 세탁소 일에 치이면서 딸을 키우는 이블린 왕(양자경)이 주인공입니다. 남편 웨이먼드 왕은 애정 하나만으로 이블린을 미국에 데려왔지만 억척스러운 일에 파묻혀 행복하지 못해하는 부인을 보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해 이혼을 고민하고 있고, 딸 조이는 대학까지는 잘 갔으나 자퇴하고 미국인 파트너를 데리고 커밍아웃하며 갈등이 있는 상황, 결혼을 반대했던 아버지는 불편한 몸과 치매끼로 미국으로 건너와 이블린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무사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이블린의 탈세를 의심하면서 증빙하지 못하면 사업장을 압류하려는 상태. 한마디로 불행의 총합인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민 가족을 이끄는 여인의 잔혹사 같은 느낌인데, 세무서 건물 엘레베이터에서 남편이 갑자기 특수한 이어셋을 주며 세금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뜬금없는 메시지를 전하며 상황이 뒤집힙니다. 뜬금없는 적들이 남편과 자신을 잡으려 뛰어들고, 세무사는 프로레슬링 기술을 선보이며 남편을 집어던지는가 하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존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딸 조이의 멀티버스 버전, 모든 세상의 고민과 진실을 담은 에브리씽 베이글이 모든 것을 흡수하도록 하려는 음모에 맞설 수 있는 존재는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불행한 선택만을 한 현재 버전의 이블린밖에 없다는 진실을 전해줍니다.

그 가운데 선보이는 수많은 오마주가 이 심각한(?) SF를 코믹과 결합해줍니다. 매트릭스의 기술 다운로드, 성룡의 쿵푸 액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침팬치, 라따뚜이의 요리사를 조종하는 동물 장면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패러디 속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보여주는 스토리가 마음을 움직이는 면모도 보여주네요. 단, R등급이란 면은 주의해서 봐야 할듯. 뜬금없이 등장하는 코믹 요소가 깜짝 놀랄 정도의 수위라 가능하면 혼자 낄낄거리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영화가 나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상당한 성적을 거둔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관객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범위가 나름 다양하다는 느낌도 드네요. 아마도 한국에서는 개봉하기 힘들듯 하지만 기회가 되는 분들은 (그리고 어느 정도 B급 수위에 대해 면역이 있는 분들은) 즐겁게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덧, 어릴적 구니스에서 봤던 동양계 소년이 훌쩍 커서 남편 웨이먼드 역으로 출연하네요. 너무 오랜만이라 전혀 몰랐는데 반가왔습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