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마저도 –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아작 |
화재감시원에 이은 코니윌리스 걸작선 후반부입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위트있는 중단편이 꼭꼭 들어차 있네요. 다만 화재감시원같은 시간역사물이 없는지라 둠즈데이북 등 다른 작품들과의 세계관 차원에서의 연관성은 없었던것 같아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특유의 말발은 잘 살아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는 외계인 방문기로는 꽤나 유쾌한 이야기였어요. 회사에서 걸핏하면 생겨나는 태스크나 위원회 등의 의미없음을 꼬집으면서도 그 와중에 합창, 성가대 등을 등장시키고 외계와의 소통과 남녀의 만남 등을 하나로 몰아넣는 구조가 읽으면서 낄낄대게 하는 멋진 이야기. ‘여왕마저도’ 역시나 여러 곳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가족회의를 위해 모이면서 씹어대는(?) 와중에 뜻밖의 돌파구가 보이는게 너무 즐거웠구요. SNS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인기더군요. 소재가 소재인만큼 그런듯.
반면 ‘마블아치에 부는 바람’은 약간은 초능력? 혹은 영매같은 느낌의 이야기였지만, 작년 런던에서 튜브를 타고 다니던 기억을 되살려주는 이야기였고, ‘마지막 위네바고’는 세계의 끝자락의 쓸쓸한 풍경을 돌아보는 약간은 침울한 이야기였네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을 유쾌하게 끝맺음했으면 하는 선호도 있지만, 나름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기에는 괜찮은 선택이었는지도요.
화재감시원과 여왕마저도, 두 권의 단편집 (원래는 한 권이지만) 덕에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입니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