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영희 씨

옆집의 영희 씨10점
정소연 지음/창비

SF작가 정소연님의 단편집입니다. 짬짬이 다양한 매체로 발표해 오던 15편의 작품을 한 권으로 묶었는데, 이렇게 보니 띄엄띄엄 볼 때와는 다른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아 좋네요. 한편 한편 넘겨보면서 이어지는 작가의 따뜻한 감성과 인물에 대한 애정, 그리고 고민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시작이 디저트라서 조금 놀랐어요. 우선 디저트는 식후에 먹는 것이기도 하고.. 무언가 사람이 디저트로 보인다는 게 살짝 충격을 주는 셈이라 단편집의 첫 편으로 괜찮을까 했는데, 오히려 책장을 열면서 상큼하게 독자를 흔들어주는 오되브르 같은 느낌? 이어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우주류와 코니 윌리스같은 느낌이 드는 앨리스와의 티타임, 살짝 흔들린 타임라인의 비거스렁이 등이 이어집니다.

도약까지 읽었을 때 갑자기 2부라는 간지가 들어가 있어 깜짝 놀랐네요. 그 지점까지는 한편 한편이 같은 레벨로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카두케우스 이야기라는 네 편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들어가 있었습니다. 새롭기도 했고, 경제력과 독점이라는 배경을 가진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 – 그 안의 개인이라는 상황을 묘사하는 터라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꿈을 가진 아이, 헤어진 연인, 자기 이익과 인간으로서의 양심, 그리고 자연과 인간성 등 마치 현실을 어떤 상황 속에서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런 구도가 참 좋아요. 단편이란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다 읽고 나서 들여다보니 표지가 처음에 보았을 때처럼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조금 더 세련된 디자인에 좀더 깔끔한 폰트를 사용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있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접해 본 단편집 중에는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 그리고 다시 집어들고 보고 싶어지는 한 권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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