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이미애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
반지제왕의 J.R.R.톨킨 님이 쓴 동화책입니다. 네 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각각이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라 즐겁게 읽었네요. 더구나 책이 상당히 가벼워서 슬렁슬렁 가지고다니며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같은 곳에서 읽다보니 어느새 완독. 가벼운 제본 좋아요 🙂
1.햄의 농부 가일스
평범 – 조금은 소심하고 조금은 허영심도 있는 그런 농부 가일스가 어쩌다보니 기사가 되고 용을 잡고 왕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별로 움직이는걸 좋아하지 않는 농부보다도 행동하지 않고 욕심만 많은 기사나 왕보다 억지로라도 움직이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달까요? 역시 행동하고 봐야죠. 십이국기의 스즈가 연상되는 한편이었습니다 🙂
2.톰 봄바딜의 모험
시가 형식으로 되어 있어 맥락을 따라가기가 힘들더군요. 단지 반지제왕에서 본 메리골드와 톰 봄바딜이 어떻게 만나고 맺어지게 되었는지를 볼 수 있었고, 톰 봄바딜의 신비한 능력을 어렴풋이나마 알듯말듯 하게 되었네요. 언령(言令)이랄까요 – 무언가를 이루어지게 하는 말의 힘이 그 능력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3.니글의 이파리
니글이란 화가가 마음속에 있는 나무를 형상화하고자 하지만 이를 끝내지 못하고 예약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오랜 노동과 훈련을 통해 예전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되죠. 어느 날 그에게 예전의 (그런저런 관계였던) 이웃과 함께 자신이 꿈꾸던 이미지를 만들어낼 기회가 생기고, 니글은 변화된 자신을 실감하며 즐겁게 환상적인 장소를 만들어냅니다.
하나의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 여행과 훈련을 통해 이미지로만 가지고 있던 꿈을 실현해내기 위한 마음과 행동,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꿈꾸는 것은 꿈만 꿀때는 그저 꿈으로만 끝날 뿐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도 있겠지요. 톨킨의 꿈이 보이는것 같네요.
4.큰 우튼의 대장장이
몇년에 한번 커다란 케익을 만드는 마을 – 어느날 요정의 별이 케익 속에 들어가고 이를 먹은 아이는 요정의 꿈을 꾸게 됩니다. 노래를 부르고 상상력을 가미한 멋진 물건을 만들어내는 대장장이로 자라난 아이는 가끔씩 요정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어느날 여왕을 만나게 되죠. 그리고 정들었던 요정의 별을 다음 세대에 이어줘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깝지만, 그 결정을 통해 대장장이는 미래의 꿈을 지켜볼 수 있게 되죠.
현실만 보는 마을 사람들과 꿈을 이어가는 제빵사의 계보가 대비되며, 더 좋은 것이 있는데 이를 보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을 지적하는 이야기입니다. 한가지만 생각하면 다른게 보이지 않게 되는 케이스 –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는것 같네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좀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고 더 큰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야죠.
작지만 즐거운 동화였습니다. 얼마 전 다시 본 십이국기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니 비슷한 개념이 보여 더 재밌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