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자, 딜비쉬 –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너머 |
환타지와 SF의 간극을 넘나들며 정말 환상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로저 젤라즈니, 앰버 연대기와 신들의 사회, 그리고 전도서를 위한 장미 등을 보면서 그 환상의 다채로움과 생생함을 느껴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딜비쉬 첫 권은 눈에 보이는 듯한 묘사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 무미건조한 말투와 진행, 그리고 캐릭터의 건조함은 좀 실망스럽더군요. 물론 설정된 캐릭터 자체가 그래서이긴 하겠지만요.
딜비쉬란 한 인물이 있었고, 그 인물은 예전엔 이랬고, 지금은 이렇다. 그리고 어떤 목적을 향해 가면서 이러이러한 일을 겪는다..는 일방적인 구성이 좀 심심합니다. 그냥 무협지같은 단순함이랄까요. 블랙의 시니컬한 말투가 종종 재미를 주기는 하지만 줄기 자체의 방향을 바꾸기는 조금 무리인지도요.
띄엄띄엄 발표된 단편을 모은 한 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편인 변화의 땅을 본 후로 평가는 미뤄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