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정말 귀호강한 날이었습니다. 원래는 임윤찬 연주를 듣는게 주 목적이었는데, 뜻밖에 정명훈님과 원코리아 오케스트라의 운명교향곡에 훅 가버렸네요.

임윤찬의 피아노는 역시나 영롱한 꾸밈음이 돋보이는 연주였어요. 황제를 이렇게 선명하게 들은건 처음인데.. 하면서도 깔끔한 1악장에 비해 2, 3악장은 약간은 집중해야 잘 들을 수 있었던 느낌이었네요. 그래도 라이브의 즐거움과 피아니스트의 영롱함을 잘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재즈풍의 앵콜곡 두 곡까지 해서 만족스럽게 듣고 인터미션 시간이 되었네요.

익히 잘 알려진 베토벤 5번이라, 즐겁게 감상하고 마무리해야지 했는데, 정말 이게 역대급이었을 줄이야. 게다가 놋데홀인데 말이에요. 이렇게 잘 알려진 곡을 만족을 넘어서 경악할 정도로 멋지고 새롭게 들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연주 내내 이어지는 1바이올린-2바이올린-첼로&베이스-비올라의 현의 파도/물결이 눈으로도 생생하게 보이면서 귀로는 휘몰아치는게 느껴지는데다가, 중앙의 클라리넷-오보에-플루트 수석 세 분의 삼각편대는 돌아가면서 비브라토와 선명한 음색, 한올한올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해서 이분들 도대체 누구지 싶을 정도였네요. 여기에 3rd 플루트의 피콜로 연주도 깜놀. 아 도대체 정명훈님 오케스트라를 얼마나 굴린거야 하는 생각이 무심결에 들었다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일어서서 춤추고 싶을 정도의 왈츠 감각이 느껴진 2악장이었지만, 네 악장에 걸쳐 한 소절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연주였습니다. 오죽하면 조성진과 함께한 예전 동일한 레퍼토리 음반 없나 한참을 뒤져봤을 정도 (하지만 이 음반은 녹음상태가 엉망이었다는 평에 포기). 연주 종료 후 앵콜곡이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너무 잘한 연주였기에 여기서 끝낸게 잘한건가 싶기도 하네요. 지난번 바흐플러스에서 본 클라 조성호님의 몸을 흔드는 연주도 즐거웠고, 플루트의 조철희님은 기회가 되면 단독연주도 듣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보에 수석님도 함 찾아봐야겠네요.

수요일밤의 멋진 연주 감사합니다. 이번주 플룻 레슨 스킵하고 간 보람이 있었어요. 담주에 선생님한테 자랑해야겠네요.

프로그램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5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73 ‘황제’ (피아노 임윤찬)
–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다단조, 작품번호 67 ‘운명’

앵콜
– Mompou Jeunes filles au jardin
– Scriabin Album Leaf Op.45 no.1
3. Scriabin Poem Op.69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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